[사설] 손학규 대표도 대학생 표에 무릎 꿇었다
입력 2011-06-08 17:40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사회적 현안인 ‘대학 반값 등록금’과 관련, ‘단계적 추진’이라는 기존 당론을 ‘내년 전면실시 추진’으로 변경했다. 그는 “실질적인 반값 등록금이 (올해) 하반기부터 부분적으로라도 실현될 수 있도록 대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기존 민주당 당론은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등록금 상한제와 취업 후 상환제를 우선 도입하고, 소득 5분위 이하 저소득층을 우선적으로 대폭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즉 기초생활수급자와 소득 1분위 계층에는 등록금 전액, 소득 2∼4분위 계층에는 50%, 소득 5분위에는 30% 등 소득 수준별로 차등화해서 장학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또 2013년 집권 후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었다.
매에는 장사가 없듯이 표 앞에 당당한 정치인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손 대표도 결국은 ‘대학생 표’ 앞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그는 6일 저녁 호기 있게 대학생들의 등록금 투쟁 현장을 찾아 민주당 정책을 설명하다가 ‘한나라당과 뭐가 다르냐?’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그는 그 다음날 민주당의 단계적 추진안을 바꿔 전면적 실시로 급선회했다.
‘대학생 표’ 앞에 무릎 꿇은 손 대표의 이 같은 포퓰리즘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에서 이미 발표한 안대로 하더라도 3조2000억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손 대표 주장대로 반값 등록금을 전면 실시할 경우 6조원이 들어가는데 재원 조달방안은 내놓지도 않았다. 반값 등록금 갈등은 깊어만 가는데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젊은 표를 의식해 대학생들 입맛에 맞는 정책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초중고 전면 무상급식에 이은 반값 등록금 전면실시 등 과잉복지로 인해 한국사회 성장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오직 내년 4월 총선에서 얻을 ‘표’만 계산하고 있으니 딱하다. 교육의 질은 하위권인데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우리 대학등록금 문제는 분명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이런 무책임한 ‘선심 약속’으로는 등록금 문제가 절대로 해결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