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위기오득(圍棋五得)
입력 2011-06-08 17:35
바둑을 배우면 다섯 가지를 얻을 수 있다. 첫째 좋은 벗을 만날 수 있으며(得好友), 둘째 마음 깊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得心悟), 셋째 사람들과 화합할 수 있으며(得人和), 넷째 삶의 교훈을 얻을 수 있고(得敎訓), 다섯째 천수를 누릴 수 있다(得天壽).
2010년 9월에 ‘제대로 알고, 제대로 즐기고,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인생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자’는 취지로 명지대에 글로벌 바둑 최고위 과정이 생겼다. 전국에 최고위 과정은 수백 개가 있지만 바둑최고위 과정은 명지대가 처음이다.
새롭게 시작된 만큼 많은 관심을 모았다. 1기에는 법조인, 방송인, 경영인, 의료인, 바둑인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였다. 총 16주 과정인데 바둑으로 모인 만큼 수담(手談)을 통해 가까워지도록 우선 명강사들을 초빙, 바둑에 관한 문화와 역사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교양 강의를 진행했다. 20여명이 참가한 1기 과정이 성황리에 끝이 나자 올 3월에 2기생을 모집했다. 필자는 우연한 계기로 이번 2기 과정에 참여하게 됐다. 매주 목요일 저녁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진행되는 최고위 과정은 저녁식사를 함께하고, 교양수업 강의를 들은 후 원우(院友)들끼리 실전대국을 하는 일정이다. 하지만 이것은 형식적인 일정에 불과했다. 원우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한두 시간 먼저 와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바둑을 둔다.
수업을 듣고 다시 바둑 삼매경에 빠진 원우들은 오후 9시30분이 훌쩍 넘어서야 아쉬운 마음으로 돌을 걷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일정에 없던 3교시는 언제부턴가 공식적인 3교시가 되어 1, 2교시보다 더 높은 출석률을 보여준다. 3교시 장소는 다름 아닌 술집. 간단한 맥주집이 될 때도 있고, 구수한 막걸리집이 될 때도 있다. 30명 가까운 원우가 참석한 자리는 대학시절의 술자리처럼 테이블을 다닥다닥 붙여 앉고는 금세 만담이 이루어진다. 방금 두었던 바둑의 복기부터 시작해서 살아가는 이야기까지 곁들여져 자리는 길어질 수밖에 없다. 또 원우회 안에 동아리가 형성되어 기우회, 골프회, 브리지회 등 비슷한 취미를 공유하고 수학여행까지 간다.
나이 차이도 많게는 30년이 넘지만 전혀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학창시절 친구들을 만난 것처럼 격의 없이 웃고 떠들며 담소하는 모습을 보면 ‘이것이 바둑의 가장 큰 매력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바둑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쉽게 화합할 수 있고, 대화를 통해 삶의 교훈을 배우고,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비록 천수를 누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바둑을 통해 좋은 벗을 얻을 수 있으니 이 또한 바둑의 매력이 아닐까.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