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막눈 소리 더 이상 들을 수는 없지요”… 부산 ‘어르신 한글교실’ 15명 입학식

입력 2011-06-07 19:10


“말도 마이소! 주위 사람들에게 까막눈 소리 들을 때 얼마나 가슴 아팠는지….”

부산지역 초등학교 내 유일한 ‘어르신 한글교실’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입학식을 가졌다. 부산 반여동 삼어초등학교(교장 최선화)는 7일 배움의 기회를 놓치고 평생 가슴에 한을 품고 살아 온 할머니들이 대상인 성인한글문해교실 입학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신한이(75) 할머니 등 14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입학식에 참석한 학생들은 최고령 배옥연(87) 할머니와 막내 윤청(71) 할머니 등 모두 15명이다. 이들은 앞으로 6개월간 주 2회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한글을 배운다. 8월 한 달은 방학이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틈틈이 덧셈과 뺄셈도 가르칠 계획이다. 할머니들을 가르칠 교사는 이 학교 서호숙(48·여) 교사와 학부모 자원봉사자 2명 등 3명이다. 학생들에게는 교재와 간식 등이 제공된다. 교실 운영을 위한 행정·재정적 지원은 해운대구와 반여4동 주민자치센터에서 하기로 했다.

배 할머니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동생들을 돌보느라 배움의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까막눈으로 살아 온 세월은 참으로 답답했다”며 “버스 노선표와 집에 온 우편물 내용이라도 알기 위해 한글을 배우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최선화 교장은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이 많이 있다”며 “한글교실 운영은 공교육 기관의 사회교육 차원에서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