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엽 前 고려대 총장·고려대 사회과학원 이사장 별세… 일본군 탈출 6000리 長征 ‘영원한 광복군’
입력 2011-06-07 21:03
광복군 출신으로 고려대 총장을 지낸 김준엽 고려대 사회과학원 이사장이 7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1세.
고인은 1920년 평안북도 강계읍에서 태어나 40년 신의주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게이오대 동양사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2학년이던 44년 일본군에 징집돼 중국으로 파병됐으나 탈출해 충칭 임시정부 광복군에 합류했다. 그는 저서 ‘역사의 신’에서 “일본군과 싸우며 충칭에 있는 우리 임시정부까지 6000리를 장정(長征)하는 동안 너무 고생스러워 ‘못난 조상이 되지 말자’고 수없이 절규했다”고 회고했다.
김 이사장은 광복 이후 46년 난징 중국국립동방어문전문학교 전임강사로 교육계에 발을 디뎠고 49년 귀국해 고려대 조교수가 됐다. 58∼82년 사학과 교수로 중국 근대사를 가르쳤다. 아세아문제연구소장을 거쳐 82년 총장에 취임했으나 전두환 정권의 압력으로 85년 사임했다.
총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학문 외길을 걸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정권 교체 때마다 고위직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본분이 아니라며 거절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총리직을 제안 받았지만 “민주주의를 외치다 투옥된 제자가 많은데 어찌 그 정부의 총리가 될 수가 있겠느냐”며 고사하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중국에 한국학 연구의 싹을 틔우는 업적도 남겼다. 중국 대학 여러 곳에 한국학연구소를 세우는 등 한국학 진흥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한국국제교류재단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김 이사장은 60, 70년대 유엔총회에 한국 대표로 참석했으며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 독립운동유공표창, 건국포장, 건국훈장을 받았다. 저서로는 ‘중국공산당사’ ‘한국공산주의운동연구사’ ‘회고록 장정(長征)’ 등이 있다.
고인은 국립대전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된다.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유족으로는 부인 민영주씨와 아들 홍규씨가 있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301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0일 오전 9시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