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말기 이발사의 ‘가위손 봉사’
입력 2011-06-07 19:08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더 많은 분께 이발해 드릴 수 없는 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노년의 이발사가 몸이 아픈 와중에도 봉사의 가위손을 멈추지 않아 감동을 전하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 노인복지회관에 다니는 이원옥(66·후평동)씨는 암과 싸우면서도 지역 내 복지회관과 요양병원, 군부대를 돌며 머리를 손질해주고 있다. 이씨가 찾는 날에는 기관마다 40∼60명이 몰려 차례를 기다린다.
스무 살에 이발 기술을 배운 그는 강원도 인제 이발소에서 직장생활을 해 왔으나 댐 건설로 마을이 물에 잠기자 1975년 양구군 동면으로 옮겨 직접 이발소를 운영해 왔다. 그러던 그에게 시련이 닥쳐왔다. 2002년 5월 위암으로 아내를 먼저 하늘로 보냈고 자신도 2009년 3월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게 됐다. 유일한 핏줄인 아들도 교통사고로 몸이 불편하게 됐다.
절망에 빠졌던 이씨는 자신이 가진 유일한 기술인 이발을 통해 얼마 남지 않은 생을 베풀며 살기로 결심했고, 실천에 옮겼다.
이씨는 2007년 1월부터 현재까지 3086시간이나 봉사활동을 했다. 지난해에는 춘천시가 주는 봉사왕을 수상하기도 했다. 주일예배를 단 한 차례도 빼놓지 않을 만큼 신앙생활에도 충실한 그는 다음 주에는 순복음춘천교회 부설 혜민사랑의집에서 봉사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이씨는 “봉사활동을 시작한 뒤 성격도 긍정적으로 변해 지금은 탁구를 칠 정도로 건강이 좋아졌다”며 “남은 생을 하나님의 뜻대로 이웃을 사랑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춘천=글·사진 정동원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