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경찰관 120명 “무장 괴한 공격받아 사망”
입력 2011-06-07 18:44
시리아 경찰관 120명이 ‘무장 괴한(armed gangs)’의 공격을 받고 숨졌다고 시리아 국영TV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장 괴한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시리아 정부는 반정부 시위대의 짓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일 경우 반정부 시위가 무장 폭력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경찰관들이 숨졌다는 곳은 시리아 북서부 지스르 알수구르다. 이곳에선 지난 4∼5일 시위대와 군·경 간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다. 이틀간 경찰 6명을 포함해 38명이 숨졌다고 민간단체 ‘시리아 인권감시소’가 밝혔다.
시리아 정부는 ‘무장 괴한’을 응징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리아 내무장관은 관영 TV를 통한 성명에서 “법에 따라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국영TV는 무장괴한들이 일반 가옥 등에 매복해 경찰을 공격하고 우체국을 폭파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국영TV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시리아 사태가 예멘과 같은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AP통신은 “보도가 확인된다면 이는 지금까지 평화적으로 이뤄진 반정부 시위가 전환점을 맞고 있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시위대 간 유혈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시위대 측과 지스르 알수구르 현지 주민들은 국영TV 보도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시위대를 압박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일부 경찰관이 진압을 지시하는 상부의 명령에 저항한 데서 일이 벌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지 반정부 활동가는 AFP통신에 “6일 마을은 조용했고, 총소리는 군·경 부대에서 들렸다. 시위대에 총 쏘기를 거부한 경찰관들이 처형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국영TV가 사망자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전하지 않는 것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무장 괴한’은 시리아 정부가 평소 시위대를 일컫는 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정부 측과 시위대의 주장 모두 확인이 어렵지만, 이번 일은 시리아에서 양측 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