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갤러리, 50억 그림값 소송… 왜?
입력 2011-06-07 21:44
삼성문화재단에 판매작품 미납 이유… 삼성측 “문제 없었는데” 황당
오리온그룹 비자금 세탁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서미갤러리 홍송원(58) 대표가 7일 “그림값을 지급하라”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삼성문화재단을 상대로 50억원의 물품대금 지급청구 소송을 냈다.
해외 유명 작가의 고가 작품을 거래하면서 서로 친분을 쌓아온 홍 대표가 갑자기 홍 관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배경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등에 따르면 홍 대표는 소장에서 “리움미술관에 2009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미술작품 14점을 판매했는데 홍 관장 등은 781억여원의 대금 중 250억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531억여원은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홍 관장과 삼성문화재단은 미술작품 대금 미지급액 531억여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이 가운데 50억원을 우선 청구한다”고 밝혔다.
홍 대표가 제출한 미술작품 판매 내역에는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작가 빌럼 데 쿠닝의 1975년작 ‘Untitled VI’(313억원), 영국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1956년작 ‘Man Carrying a Child’(216억원), 현대미술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Bull’s Head’(64억5000만원) 등이 포함됐다. 그는 구매계약서 등 구체적인 자료는 첨부하지 않았다.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대기업과 국내 대형 갤러리 사이의 미술품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됐지만 지난해 서미갤러리는 전년보다 32% 늘어난 1216억원의 매출액을 신고했다.
홍 대표는 홍 관장이 해외 유명 작가의 그림을 구입할 때 주로 찾는 거래처였다. 그런 홍 대표가 홍 관장을 상대로 소송을 벌인 것은 삼성 비자금 사건 이후 둘 사이에 앙금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말이 미술계에서 돌고 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최대 고객을 상대로 소송을 건다는 건 앞으로 갤러리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홍 관장과의 관계를 정산하는 개념으로 소송을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문화재단 측은 “아직 소장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소장이 오면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미술품 대금 지급과 관련해 지금까지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재단은 홍 대표가 판매했다고 주장한 그림들이 현재 리움미술관에 소장돼 있는지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홍 대표는 오리온그룹이 고급빌라 마크힐스를 짓는 과정에서 조성한 비자금 40억6000만원을 입금 받아 미술품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돈세탁을 해 범죄수익을 숨겨준 혐의 등으로 지난달 구속 기소됐다.
안의근 기자, 이광형 선임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