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전국위, 비대위 결정 뒤집고 ‘여론조사·1인2표제’ 유지

입력 2011-06-08 01:06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만장일치로 마련한 전당대회 룰 개정안인 ‘1인1표제·여론조사 배제’ 조항이 7일 무산됐다. 쇄신파, 친박근혜계 등 신주류와 일부 당권주자의 반발이 결정적이었다. 친이명박계 일각에선 내용은 물론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계파 갈등의 뇌관이 될 조짐마저 보인다.

한나라당은 서울 신길동 공군회관에서 당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차례로 소집하고, 7·4전당대회에서 현행대로 ‘1인2표제’를 시행하고, 여론조사 결과는 30% 반영하기로 각각 최종 의결했다. 재석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당규 개정안을 의결하는 상임전국위는 위원 55명이 참석한 가운데 23명이 이해봉 전국위의장에게 의사를 위임했고, 당헌을 개정하는 전국위는 430명 참석자 중 266명이 의사를 위임했다.

이 의장은 “위임장을 제출한 위원들의 의견은 (비대위안에 반대하는) 저와 같은 것으로 생각해서 선거인단의 투표 방식과 여론조사 반영 여부는 현행대로 시행하겠다”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비대위안에 찬성하는 친이계 전국위원들은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이 의장을 밀치며 “짜고 치는 거냐” “이래서 한나라당이 어떻게 살아나느냐”며 격렬히 항의했다. 당내에선 여론조사 반영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여론조사 1표가 대의원 140표와 맞먹게 된다며 ‘표의 등가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일부 인사들은 “위임장은 회의 결론에 동의한다는 의미이지 자기 생각까지 위임한 것은 아니다”며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위임장을 제출한 일부 전국위원들은 위임장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인 이 의장의 결정은 앞서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결과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쇄신모임인 ‘새로운 한나라’ 간사 김세연 의원은 “여론조사를 배제할 경우 줄 세우기 관행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민심과 당심의 괴리를 가져올 수 있다”고 비대위안에 반발했다. 친박계 이종혁 의원은 “1인1표제로 할 경우 조직선거, 줄선거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반면 친이명박계 중심의 구주류는 당내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는 점을 들어 비대위 개정안을 지지했다. 친이계 원희목 손숙미 의원은 “1인1표제가 진정한 당심을 반영할 수 있고, 전당대회 선거인단 규모를 21만명으로 확대한 것 자체가 민심을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결국 전대 룰 문제는 기립 표결에 부쳐졌다. 전체 92명의 참석자 중 여론조사 반영 여부의 경우 50명이 찬성, 29명이 반대 의사를 밝혔고 투표 방식은 ‘1인2표제’가 49명, ‘1인1표제’가 32명으로 집계됐다.

신주류는 지난달 6일 원내대표 경선에 이어 전대 룰을 놓고 또 한번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전대 룰 개정안마저 관철시키지 못한 비대위는 앞으로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는 8일 오전 긴급 회동을 갖고 전국위원회 표결 절차와 향후 진로 등에 대해 논의키로 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