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매몰 사실로 밝혀져도 미군에 법적 보상책임 묻기 힘들 듯

입력 2011-06-07 18:23

고엽제 매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미군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환경부에 따르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4조는 ‘미군이 사용하던 기지를 반환할 때 원상회복 및 보상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7년까지 한국으로 반환된 미군기지 23곳은 한국 정부가 수천억원대의 원상복구 책임을 떠맡았다.

고엽제 매몰 사실이 발견돼도 피해 범위가 기지 내부로만 국한될 경우 미군은 법적으로 보상 책임을 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미8군 사령관 등 주한미군 수뇌부가 “유해한 결과가 나오면 반드시 정화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앞서 반환된 기지의 전례로 보면 신빙성은 높지 않다.

한국 정부와 주한미군 사이에 2001년 신설된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는 선언적 규정에 그치고 있어 강제력이 없다. 양해각서는 ‘미국 정부는 주기적 환경이행실적 평가 수행 정책을 확인한다’ ‘주한미군이 일으킨 인간 건강에 대해 이미 알려진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의 치유를 신속하게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을 뿐이다. 미군은 ‘이미 알려진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조차 한국 정부에 알리지 않고 있다.

다만 매몰된 고엽제가 어떤 경로로든 기지 바깥으로 유출돼 지역 주민에게 피해를 준 것으로 확인된다면 배상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 SOFA 23조는 미군의 행위로 우리 정부가 아닌 제3자가 피해를 볼 경우 한국 법에 따라 처리하도록 정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피해가 인정되면 한국 정부가 일단 지불한 뒤 미국 정부에 재청구한다. 미군의 책임이 100% 인정되는 경우에도 한국은 배상금액의 25%를 물어내도록 SOFA는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독성물질인 다이옥신을 포함한 고엽제가 주는 상징적 의미와 반미 여론을 우려한 미군이 정치적으로 결정해 원상복구 및 피해보상에 전향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