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김정현] 잇속 챙기는 의협

입력 2011-06-07 21:45

가정상비약 슈퍼마켓 판매를 철회한 보건복지부의 행태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고 있다. 이익단체들이 자신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한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정상비약 슈퍼 판매를 철회한 보건복지부의 행태를 규탄했다. 진수희 복지부 장관의 사퇴까지 요구했다. 의협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갔다. 복지부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의협은 복지부에 선택의원제 도입을 포기하라고 했다. 선택의원제는 동네의원에서 만성질환자를 밀착 관리케 하자는 것이다. 의협은 정부가 의사의 진찰 행위와 환자 수를 통제하는 주치의제로 가려는 사전작업이라고 결사 반대하고 있다. 의협은 의약분업 개선 주장도 받아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건강보험 재정 파탄의 근본적 해결 방법이라는 것이다.

의협은 가정상비약의 슈퍼 판매 방안을 논의할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에도 딴죽을 걸었다. 의약품의 안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는 의사뿐이라며 약사와 공익대표가 참여하는 약심은 갈등만 야기할 것이고 위원회 구성을 의사 위주로 새로 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기자회견은 의협이 가정상비약의 슈퍼 판매를 포기한 복지부에 대한 국민적 비난을 등에 업고 자기주장을 펼치는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이 같은 움직임이 계속되리라는 점이다. 복지부가 국민 불편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이는 복지부와 긴장관계에 있는 각종 이익단체에는 호재다. 복지부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다. 공공의 적이 하는 일은 의도가 의심스럽고 어떤 결과가 나와도 신뢰할 수가 없다.

당장 복지부는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국민건강보험 재정 위기 타파 등을 위해 이익단체와의 결전을 치러야 한다. 가정상비약 슈퍼 판매 문제로 이익단체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해 모든 시도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김정현 사회부 기자 kr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