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돼지값에… 한우 “워메∼ 기죽어”
입력 2011-06-07 18:22
한우보다 비싼 삼겹살이 등장하고 목살 가격이 삼겹살을 크게 앞질렀다. 정상적인 가격 구조로는 ‘한우>삼겹살>목살’의 순서가 돼야 하는데 일부에서는 ‘목살>삼겹살>한우’로 뒤집혔다. 구제역 여진이 계속되면서 축산품 가격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끝나지 않은 구제역…가격 역전 현상 등장=7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한우 불고기(100g) 가격은 2000원으로 브랜드 삼겹살(3580원)은 물론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는 삼겹살(2280원)보다도 싸다. 이마트의 한우 불고기도 2800원으로 브랜드 삼겹살(3870)원보다 1000원 이상 싸게 판매되고 있다.
한우와 삼겹살의 가격 역전 현상은 구제역 사태 이후 한우 소비가 줄고 돼지고기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나타나고 있다.
한우는 구제역 타격이 덜해 적정 사육 규모(290만 마리)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구제역 당시 이동제한으로 묶여있던 물량이 최근 대량 쏟아져 나오면서 가격이 떨어졌다. 여기에 돼지고기 대체제로 수입산 쇠고기까지 밀고 들어오면서 한우를 찾는 소비자가 줄어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대형마트들이 한우 소비 진작을 이유로 할인 행사를 하는 것도 가격 하락을 거들고 있다.
삼겹살과 한우의 가격 역전 현상은 추석 즈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삼겹살은 여름 휴가철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이는 데다 한우는 수요에 비해 공급 물량이 넘치기 때문이다.
◇‘마리당 거래’ 구조와 소비 편중 심화도 한몫=삼겹살보다 목살이 비싼 이유는 마리당 거래되는 유통구조와 대형마트의 가격 경쟁 탓이 크다.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유통 과정에서 마리당 가격이 매겨진다. 따라서 삼겹살 가격을 통제하면 다른 부위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도매가로는 삼겹살이 목살보다 비싸지만 대형마트마다 삼겹살 가격 경쟁을 벌이면서 오히려 목살 가격이 크게 오르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부위가 편중돼 있는 점도 가격 불균형 요인으로 지목된다. 돼지고기는 삼겹살, 한우는 등심 수요가 최근 몇 년 새 계속 증가하면서 소비 편중이 심화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마진을 남기기 위해 삼겹살 가격을 일부러 낮춘 경우 목살이나 앞다릿살 가격을 상대적으로 올린다. 한우 가격이 떨어져도 일반음식점 등에서 등심 가격이 여전히 비싼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민영선 이마트 축산팀장은 “사골처럼 비인기 부위 가격이 더 떨어지지 않는 것도 사골 가격을 낮추면 등심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라며 “식생활 변화로 이런 추세는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