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 폐지’ 갈등] “중수부 존폐 걸렸다”… 檢, 저축은행 수사에 급피치
입력 2011-06-08 01:04
김준규 검찰총장이 ‘흔들림 없는 부패 수사’라는 배수진을 치면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그룹 로비 수사가 더욱 저돌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거악 척결을 위한 전국 단위 수사 조직은 필요하다”며 중수부에 힘을 실어줬다. 검찰로서는 국회가 중수부 폐지 등 개혁안을 최종 확정하기 전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절박함을 안고 있다.
수사의 칼날은 이제 정치권을 직접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3월 중순 본격 수사에 착수해 한 달반 동안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의 불법 대출, 분식회계 등 1단계 수사를 진행해 21명을 기소했다. 지난달부터는 부산저축은행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동시에 비호 세력과의 유착 의혹을 파헤치는 데 전력했다. 최근까지 금융감독원 전·현 임직원 10여명을 구속 또는 기소하고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과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잇따라 구속했다. 아직 정치권 인사가 수사 대상에 올랐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김 총장이 지난 6일 여야의 중수부 수사권한 폐지 합의에 반발하며 “상륙작전 중 사령부를 해체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공식 성명서에 없던 내용을 언급한 것이 정치권 수사 개시를 암시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용석 대검 차장은 관련된 질문에 “총장 말에 모두 숨겨져 있다”고 했다.
검찰은 7일 부산저축은행의 비자금 추적 자료를 토대로 로비 활동을 벌인 인물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검찰은 브로커 윤여성(56·구속기소)씨가 2002년부터 부산저축은행의 부동산 개발 사업에 깊이 관여하면서 각종 인허가 청탁을 위해 고위층 인사들과 접촉한 것으로 보고 구체적 행적과 로비 대상자를 추적 중이다. 또 골프장 회원권을 다수 보유한 윤씨가 유력 인사들에게 수십 차례 골프 접대를 한 정황을 포착, 윤씨의 골프장 출입 기록도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거물급 브로커로 알려진 박태규(해외 도피)씨의 통화 내역도 확보해 박씨와 집중적으로 통화한 인물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저축은행의 2대 주주인 박형선(59·구속) 해동건설 회장을 상대로는 지난 정권 인사들과의 유착 관계를 캐묻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이 120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아파트, 골프장, 납골당 등 투기적 사업을 진행했고 캄보디아 개발 사업에도 뛰어든 점을 감안하면 어디에서 누가 수사망에 걸려들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수사팀 내부에서는 총장까지 나서서 수사 드라이브를 건데 대해 “부담이 너무 크다”는 하소연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호일 노석조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