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중 ‘6자 재개’ 새판짜기 돌입… 北폭로 이후 꼬인상황 풀기 연쇄접촉
입력 2011-06-07 17:47
한국 미국 중국이 북한의 남북정상회담 비밀접촉 폭로로 꼬인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우리 정부는 6자회담 주변국을 상대로 남북대화를 시작으로 하는 3단계 6자회담 재개라는 큰 틀을 깨지 않기 위한 설득에 나설 계획이지만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중·미 연쇄접촉=외교통상부는 7일 우리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8일 이틀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위 본부장은 9일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를 만나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들은 다음 3단계 방안을 비롯한 6자회담 재개 방안을 어떻게 유지할지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6일부터 중국을 방문 중인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첫날 중국 고위 관계자들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 본부장과 캠벨 차관보는 오는 10일 서울에서 만난다. 한·미·중 핵심 관계자들이 연쇄적으로 회동해 북한의 돌발 행동 이후 어떻게 대처할지 머리를 모으는 모양새다. 여기에 러시아 6자회담 차석대표인 그리고리 로그비노프 북핵 담당대사도 9일 한국에 온다.
◇한국 주도권 뺏기나=정부는 북한의 비밀접촉 폭로 이전까지 우리가 주도한 3단계 6자회담 재개 시나리오가 성사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지난 4월 말 방한한 우다웨이 대표를 마지막으로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일각의 우려대로 구석에 몰린 북한이 ‘판’을 깨기 위한 돌발행위를 했고, 이는 우리 정부가 쥐고 있던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한·미·중 3국은 조속한 6자회담 재개라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4월 전까지만 해도 사전 조율이 없더라도 6자회담을 우선 개최해 그 틀 안에서 논의하자는 주장을 펴왔다. 중국이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역시 끈끈한 한·미 공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서는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가 천안함·연평도 사과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을 미국이 언제까지 기다려줄지도 미지수다. 사정이 어떠하든 한반도 긴장이 더 이상 고조되는 것을 미·중 양국이 원치 않는다는 점이 정부로서는 큰 고민인 셈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우리에게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중국을 스타팅 포인트로 주변국과 접촉을 해보려 한다”며 “우리가 계속 힘을 받을 수 있는 것인지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