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 속 세상] 그 많던 꿀벌은 다 어디로 갔을까

입력 2011-06-07 21:17


꿀벌 멸종위기… 농업·생태계 위협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토종벌 90% 이상을 폐사시켰던 ‘낭충봉아부패병(囊蟲蜂兒腐敗病)’이 올해 다시 확산되면서 토종벌이 날개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 심각한 부패병은 그 원인이 바이러스성 질병이라고만 밝혀졌을 뿐, 어디서 어떻게 시작했는지 베일에 싸여있다. 게다가 무척추동물인 벌은 수명이 짧은 곤충인 탓에 후천적 면역을 갖추지 못해 치료제 개발조차 불가능하다. 단지 예방적 치료만 할 수 있을 뿐이다.

토종벌이 사라진다는 것은 곤충 한 종류가 없어지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농업과 생태계에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 식물 중 40% 정도가 곤충이 수분(受粉)을 해주는 충매화(蟲媒花)이고, 이중에 80% 정도를 벌이 담당하고 있다. 벌의 화분(花粉)매개가 없으면 기형과일이 열리거나 농작물 수확량이 급격하게 줄어 과수, 채소, 화훼농업에는 치명적이다.

1000여종의 다양한 식물군이 분포되어있는 지리산. 우리나라 토종벌의 60% 이상이 지리산 주변의 전북, 전남, 경남 지역에 분포해 있다. 토종벌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일대 토봉농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손조차 쓸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전남 곡성에서 20년째 토종벌을 키우고 있는 강용수(48)씨는 “하루에도 수백 마리씩 병으로 떨어져나가는 꿀벌을 보면 막막하기만 하다”며 “정부가 구제역에는 난리를 치면서, 꿀벌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한숨을 쉰다.

꿀벌의 실종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과 인도,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사태가 심각하다. 하지만 이에 대처하는 움직임은 다른 모습이다. 미국은 국회에서 꿀벌 청문회까지 열면서 꿀벌집단폐사에 대해 다양한 연구를 하며 대처방안을 마련중이다. 국내에서도 꿀벌집단폐사의 심각성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정부에서 나오는 대책은 별로 없는 실정이다.

꿀벌은 인간에게 꿀을 선물하는 것 이외에도 보이지 않는 커다란 혜택을 수천 년 동안 무상으로 공급해 왔다. 그런 꿀벌들이 원인도 모르는 병으로 죽어가며 살기 위한 힘겨운 날갯짓을 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이 꿀벌에게 은혜를 갚을 때다.

사진·글=서영희 기자 finalcut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