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王 별명 과분하지만 기분은 좋아”… ‘제2 전성기’ 구가 한화 이글스 한대화 감독
입력 2011-06-07 17:43
꼴찌 안하는게 1차 목표… 그 이상도?
요즘 프로야구 계에서는 떠오르는 아이콘이 있다. 그런데 선수가 아니다. 감독이다. ‘야왕’ 한대화(51) 한화 이글스 감독. 한 감독은 5월부터 팬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야왕이란 ‘야구의 왕’을 줄인 말로, ‘야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김성근 SK 감독에 버금가는 찬사다. 상대적으로 다른 팀에 비해 부족한 전력을 가지고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는 이미 ‘세종대화’ ‘야왕실록’ ‘야왕어록’ 등 ‘야왕’ 한 감독을 주인공으로 한 패러디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가히 ‘야왕 신드롬’이다. 최고 인기 스타 한 감독을 지난 5일 대전 한밭구장에서 만났다.
-야왕의 인기가 대단하다.
“아들로부터 내 별명이 야왕이 됐다는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장난치는 건가, 누구 놀리냐’는 기분이었다. 팀 성적이 하위권에서 계속 맴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주위에서 요즘 시합을 보면 전력이 약한 상태에서 팀이 계속 승리하고, 좋은 게임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별명이 붙었다고 하더라. 야왕이라는 말이 이렇게 히트를 치고, 인기를 끌 지 정말 몰랐다. 감독 2년차인 나한테는 과분하다. 감사할 따름이다.” (때마침 옆에 있던 한화 프런트가 노트북을 통해 야왕 패러디물을 보여주자 한 감독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나중에 인터뷰가 끝났을 때 한 감독은 프런트에게 “인터넷에 올라온 것 좀 프린터해서 내 책상에 갖다 놔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만큼 한 감독도 자신의 별명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최고의 강타자 출신이다. 지금 선수생활을 한다면 잘 할 자신이 있나.
“(웃으며)물론이다. 우리 때는 FA제도도 없었다. 그 때 FA가 있었더라면 술·담배도 안하고 더 잘했을 것이다. 4번 타자 아직도 자신있다. 그 때는 기록도 신경 안썼다. 내 통산 타율이 2할8푼 정도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주자가 있을 때, 집중해야 할 때 열심히 했다. 그런데 은퇴하고 나니 타격 부문에서 특별한 기록을 못 세운 것은 후회스럽더라. 2000루타도 몇 개 안남기고 은퇴했다. 기록에 신경 썼으면 그걸 하고 은퇴했을 텐데….”
-한 때 최고의 강타자였다. 지금 국내 타자 중에선 누가 가장 낫다고 보는가.
“이대호를 못 따라 간다. 류현진이 투수의 괴물이라면 이대호는 타자의 괴물이다. 타격에는 기복이 있는데 이대호는 기복이 없다. 또 하나는 최진행이다. 최진행은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노력에 따라 지금보다 무궁한 발전성이 있다. 그래서 채찍을 많이 가한다. 훈련 중에도 안좋은 소리를 많이 한다. 어린 선수이기 때문에 ‘내가 최고다’ 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대호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 최진행은 자신이 얼마나 노력하느냐 여부에 따라 이대호를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선수와 코치 생활을 하면서 큰 영향을 받았던 감독은 누가 있나.
“엄청난 통솔력을 가진 김응룡 감독과 자율야구를 표방한 이광환 감독이다. 김 감독 밑에서 결단력과 소신을 배웠다. 이 감독에게는 선수들과 친밀감을 키우고 스킨십 등을 통해 선수들이 스스로 운동을 하도록 하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내가 대학야구에서 6년 동안 감독을 했던 게 많은 도움이 됐다. 대학 감독을 하면서 어린 선수들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을 얻게 됐다.”
-야왕이라는 칭호를 받기는 받았지만 4월에는 왜 그렇게 안좋았나.
“우리 팀 전력이 낮다고 소문이 나니까 다른 팀에서 우리 팀과 경기할 때 전력투구를 하더라. 4월에는 다른 팀들이 우리와 게임을 할 때마다 1·2선발을 내세웠다. 상대팀 감독들의 마음을 이해는 하지만 속은 상했다. 그래서 가뜩이나 부족한 우리팀 공격력이 더 떨어졌다. 그러다보니 우리 선수들의 자신감도 떨어지고, 그렇게 계속 경기를 하면서 패가 늘어났다.”
-5월에 완전히 팀이 바뀌었다.
“5월 들어 선발 투수들이 안정을 찾았다. 타선도 4월에 어려운 투수들을 많이 상대하다보니 적응력이 생겼다. 우리 선수들이 약했던 게 적시타였다. 이전에는 우리 선수들이 득점권에서 타석에 들어설 때 자신감 없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이제 아니다. 타자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인 공격을 하고 있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마운드에서는 김혁민이 올라와서 영향이 있었고, 사장·단장님이 교체됐다. 또 선수들이 경기를 하면서 어려운 경기도 몇 번 이겨내니까 한 단계 올라선 것 같다. 마운드, 수비, 공격이 다 올라왔다. 그리고 요즘에는 가끔 득점권 때 타석에 들어서는 선수를 불러서 한마디 한다. ‘도망가려 하지마라. 적극적으로 해라. 이 경기의 주인공이 돼라’고 말한다. 코치들에게도 도망가려는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을 잡으라고 지시했다.”
-야왕의 야구는 무엇인가.
“공격적인 야구다. 조금 더 붙이자면 공격적인 야구와 마운드 안정이다. 팀 사정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요즘 작전 야구를 많이 하고 있다. 가르시아 영입한 것도 공격력 강화의 일부분이다. 원래 원했던 것은 공격력이 강한 3루수였다. 그런데 3루수 외국인 선수를 데려온다고 해도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아무래도 검증이 된 가르시아가 와서 빨리 적응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했다.”
-올 시즌 목표는.
“꼴찌를 안하는 게 1차 목표다. 그 다음은 4할 승률을 유지하면서 작년 49승을 넘는 것이다. 일단 55승으로 목표를 잡아놨다. 하지만 4할을 유지하면서 승수를 잡게 되면 그 이상의 성적이 나올 수 있다. 아직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목표를 잡고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선수들의 체력이 한 단계 더 올라서고 승수를 쌓으면 그 이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욕심이지만 그러다보면 4강도 바라볼 수 있는 거고…”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지금도 어마어마한 팬들의 성원에 너무나 감사하다. 지금 선수들이 각성하고 있고, 분위기도 좋게 가고 있다. 하지만 팀은 좋을 때와 안좋을 때가 있다. 기복이 있기 때문에 좋을 때보다 안 좋을때 좀 더 팬들이 응원을 해주시면 선수들의 사기가 좋아지고 용기도 생길 것이다. 안좋을 때 좀 더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린다.”
대전=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