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두르면 더 어려워지는 반값 등록금
입력 2011-06-07 17:53
정치권에서 ‘반값 등록금’이란 자극적인 용어로 촉발시킨 대학 등록금 인하 문제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소규모로 시작된 촛불집회의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고, 한국대학생연합과 야당, 시민사회단체들은 10일 6·10 민주항쟁 24돌과 연계해 대규모 촛불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집회는 서울만이 아니라 부산 광주 등 전국으로 확산돼 가고 있으며 일부 대학들은 10일에 맞춰 동맹휴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확산된 데에는 등록금이 가파르게 오르는 동안 수수방관했던 정부의 안일함, 대학들의 기업식 확장, 정치권의 인기 영합적 의제 선정, 중구난방의 논의 등 복잡한 요인이 섞여 있다. 사립대의 비중이 80%가 넘는 현실로 볼 때 국내 대학 등록금 평균은 세계에서 사실상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학비 부담 문제를 높은 교육열에 기대 학부형에게만 맡겨온 것이 사실이다. 한국 대학 수준에 비추어 본다면 낮은 교육서비스에 최고의 비용을 지불해온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슈가 한꺼번에 솟구침으로써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해법은 간단하지가 않다. 재정 마련 문제부터 정부 부처별로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 문제와는 별도로 국가가 학비 지원을 하더라도 앞으로 남아돌아갈 대학의 구조조정과 교육서비스 향상, 대략 10조원으로 추산되는 사립대의 누적 적립금 사용과 대학의 자율성 문제, 자기정화력을 잃은 비리 사학 처리 등 해결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형편에서 학생과 시민단체에서 주장하듯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은 단시일 내에 가능하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추진할 경우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현안을 해결하는 데 여야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대학도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등록금을 자발적으로 낮춰야 할 것이다. 수준 낮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해온 대학들이 세계 최고의 등록금을 받아 왔다는 지적에 무슨 말로 해명할 수 있겠는가. 학생들도 인내가 필요하다. 대규모 촛불집회와 동맹휴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대학의 문제를 풀려면 끝까지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