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영국성공회 한국땅 밟은 1890∼1917년 당시 사역 현장·고충 등 소상히 기록해
입력 2011-06-07 17:46
한국인의 신앙과 풍속/세실 허지스 외 지음, 안교성 옮김/살림
개화기 이래 수많은 선교사들이 한국 땅을 밟았다. 그들에게 기독교적 배경이 없는 유교의 나라 한국은 척박함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복음전파의 순수한 열정이 있었다. 그들은 언어를 배우고 문화와 풍습을 익혀 낯선 환경을 하나하나 극복해 갔다.
‘한국인의 신앙과 풍속’은 영국성공회가 한국 땅에서 기독교를 전파하기 시작한 1890년부터 1917년까지의 선교활동을 담았다. 당시의 신학교육, 영성 사역, 의료 선교 분야에 참여했던 5명의 선교사들이 직접 기록했다.
책에 따르면 영국성공회가 한국 선교에서 중점을 둔 것은 기독교 현지화였다. 한국인 성직자를 세우기 위해 진력하고 성당을 한옥으로 건축하는 등 당시 영국성공회가 지녔던 현지화에 대한 바람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그들은 낯선 환경을 극복하고 현지 사정을 정확히 알기 위해 가장 먼저 언어를 배우고자 했다. 또 비기독교 국가에서 전도하면서 겪게 되는 사건들, 신학교를 세우는 일과 그 과정에서 불거지는 여러 고민들, 소외된 여성이나 버려진 소녀들을 돌보고 그들을 사회로 다시 내보내는 과정, 의료사역 현장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이야기들이 소상히 기록되어 있다. 특히 한국교회의 민족주의적 성향 때문에 줄곧 소홀히 다뤄졌던 재한 일본인 사역에 대한 정보도 수록돼 눈길을 끈다.
책엔 한국인에 대한 선교사들의 양면적 시각도 발견된다. 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인은 순수와 무지가 공존하는 신비한 존재였다. 한편으로 가까운 과거에 있어 몇 차례의 박해에서 수많은 가톨릭 순교자를 낸 존경받아 마땅한 민족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미신을 좇고 무책임하고 충동적인 성품을 지닌 계몽의 대상으로 그려진다.
또 선교사들은 교회에 막 들어온 새내기임에도 교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양반 교인들의 행태를 지적하고 서양의술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국인의 모습에서 드러나는 전통에 고착된 완고함을 보여주는가 하면 늘 소외되어 왔던 여성들이 이제 어엿한 사회인으로 발돋움하려는 새로운 모습 등 낡은 것과 새것이 교차하던 당시의 복잡한 면모도 흥미롭게 묘사됐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