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경관보전지역 울진 왕피천] 여름엔 수천명 몰려… 걷기에 위험한 곳도

입력 2011-06-07 17:28


지난해부터 왕피천에는 생태탐방로가 열렸다. 왕피천 하류 생태·경관보전지역 내 근남면 구산3리에서부터 속사마을까지 굽이치는 협곡 곁으로 5㎞의 도보를 개방한 것이다. 교통여건이 좋지 않아 평소에는 한산하지만, 지난해 여름에는 수천명이 몰렸다. 왕피천변 일부 구간만 개방한 것인데도 생태·경관보전지역의 취지에 맞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또한 그냥 걷기에도 위험한 곳이 많이 포함돼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 3일 오전 10시쯤 생태 탐방로 초입인 구산3리 마을에 도착했다. 구산3리 산촌마을회가 만든 팸플릿에 따르면 민박집과 잘 지어진 산촌체험펜션은 2007년 산촌생태마을 조성사업자금을 받아 건설됐다. 대여용 산악자전거 10여대가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공동민박의 순수익은 여름철 한 달에 20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마을 초입에 있는 관리초소의 마음씨 좋게 생긴 노인 감시원은 그냥 길만 안내해 줬다. 감시원은 원래 탐방객 숫자를 파악하고 각종 금지행위를 설명을 하도록 돼 있다. 탐방로 초입에는 좁은 시멘트 포장 마을길이 왕피천을 약간 멀리 내려 보면서 뻗어 있다. 본격적인 계곡 길로 들어서기 직전에 있는 상천 관리초소는 문이 잠겨 있었다. 몰래 들어가도 전혀 체크되지 않는 상황이다. 도중에 만난 감시대원은 차량을 세우고 견지낚싯대를 맨 기자일행에게 낚시를 하려는 것이냐고 물었으나 “다른 곳에서 하고 왔고 여기에서는 안 할 것”이라는 답변을 듣고는 그냥 지나쳐 갔다.

그곳에서부터 약 4㎞가량 뻗은 탐방로는 우리나라 자연하천과 계곡이 보여줄 수 있는 온갖 아름다움을 고루 간직하고 있었다. 하천 폭은 5∼8m. 바위, 모래사장, 암반이 차례로 펼쳐졌다. 용소 부근에 이르러서는 양 옆으로 3∼6m씩 치솟은 암벽이 V자형 협곡을 이뤘다. 물 깊이도 다양해 깊이 1m 이내로 얕게 빨리 흐르는 여울과 5m 이상 되는 깊은 소가 번갈아 나타났다.

돌고기, 쏘가리 등의 치어가 많이 보였지만 큰 고기는 보이지 않았다. 낮에 바위 밑에 숨어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마을 사람들은 “예전에는 꺽지가 많았는데 수달이 큰 민물고기를 모두 잡아먹어서 지금은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도 왕피천에는 물고기가 풍부하다. 봄에는 황어가 많이 올라오고, 5∼9월에는 은어, 10월에는 연어가 차례로 올라온다.

그냥 걷기에 위험한 곳도 많았다. 높은 바위를 올라가야 하는 곳도 있다. 왕피천 환경출장소가 올초 고용한 안내원 도민호씨는 “지난해 탐방객 한 명이 위험한 곳에서 넘어져 다리를 다쳤다”고 말했다. 그런 곳에서 탐방로는 계곡 옆을 우회해 숲 속으로 유도된다. 그러나 울진군 박금용 문화관광과장은 “산길도 가파른 곳이 많아 난간을 짚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 있고 낙엽이 많아 발이 깊이 빠진다”면서 “탐방예약제는 안전시설과 교통, 식당 등 인프라가 갖춰진 뒤에나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진=글·사진 임항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