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의류 어이없는 초고가 마케팅… 업체들 소비심리 부추기기 열올려

입력 2011-06-06 21:19


“20년 동안 간편하고 저렴한 트레이닝복을 입고도 잘만 오르던 뒷산에 뭐 하러 비싼 아웃도어 의류를 풀세트로 입고 가는지 모르겠어요.”

6일 공무원 한모(51·여·서울 서초동)씨는 남편이 뒷산에서 산책할 때마다 새로 산 고어텍스 재킷과 기능성 바지를 챙겨 입는다며 어이없어했다. 아웃도어 제품 인기를 틈타 업체들이 풀세트 마케팅으로 가격을 올려 받고 있다는 생각에 화가 치민다고도 했다.

주부 김주희(45·서울 중곡동)씨는 한 달에 한 번 친목 모임에 갈 때면 항상 아웃도어 의류를 입고 나간다. 등산이나 트레킹 등을 위한 모임은 아니지만 얼마 전부터 아웃도어를 입고 참석하는 회원들이 늘면서 옷차림을 바꾸게 된 것. 김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회원들이 골프웨어를 많이 입었는데 올해는 아웃도어가 대세”라고 귀띔했다.

특히 일부 아웃도어 제품 가격은 소위 ‘명품’ 수준이다. 코오롱스포츠의 풀세트는 332만9000원, K2는 220만4000원에 팔린다. 노스페이스도 217만5000원짜리 풀세트를 팔고 있다. 웬만한 고어텍스 재킷은 40만원이 넘는다. 신발과 배낭도 각각 20만원이 넘는다. 10만원권 수표를 꺼내도 티셔츠 한 장을 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고가 제품들이 소비심리를 부추기는 데 성공하면서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주요 백화점의 올 1∼4월 아웃도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가까이 늘었다.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의 매출 증가율은 각각 47%, 44%, 41%였다. 이 같은 매출 증가율은 롯데백화점의 같은 기간 명품 매출 증가율(39.5%)보다 높다. 업계 1위 노스페이스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6000억원대였다. 2013년에는 국내 단일 패션 브랜드 최초로 매출 1조원 반열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인기 톱스타들을 경쟁적으로 모델로 기용하는 것도 고가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요즘 아웃도어 모델은 현빈, 조인성, 고수 등 인기 남자배우는 물론 가수 이승기, 이효리, 2PM 등 톱스타로 채워지고 있다. 한 백화점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 직원 이모(29)씨는 “유명 모델만 보고 들어와 착용제품 전체를 풀세트로 사가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삼성그룹 계열사이자 메이저 의류업체인 제일모직도 내년부터 경쟁에 가세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어 고가 마케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제일모직은 이미 자사 브랜드 빈폴의 아웃도어 제품 출시를 위한 전담팀도 구성했다.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는 “비쌀수록 잘 팔릴 것이라는 생각에 고가 제품을 내놓는 업체들의 과당경쟁이 자제돼야 한다”면서 “소비자들도 제품을 고를 때 원하는 기능을 갖췄는지 살펴보고 유사한 제품들을 꼼꼼히 비교한 뒤 신중히 구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