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 폐지’ 갈등] 金총장 “상륙작전 시도하는데 사령부 해체하면 어떻게 되겠나”

입력 2011-06-06 22:03


정치권과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갔던 검찰이 “국민만 바라보며 수사에 매진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입법 기관과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하기보다 대검 중수부의 존재감을 부각시켜 국민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게 실리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6일 오전 11시30분부터 2시간30분 동안 진행된 대검 간부회의는 시종 무거웠지만, 예상보다 차분하게 진행됐다고 한다. 김준규 검찰총장을 비롯해 박용석 대검 차장, 홍만표 기획조정부장 등 부장(검사장) 7명, 과장(부장검사) 4명, 선임연구관 3명 등 모두 28명이 참석했다. 중수부 수사팀에서는 김홍일 중수부장과 우병우 수사기획관이 동석했다. 회의는 참석자들이 돌아가면서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김 중수부장은 “(저축은행 수사를)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진행해 당당히 마무리 하겠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5일 하루 휴식을 한 것을 놓고 ‘태업’ ‘직무유기’ 등 비판이 나온 것에 대해 서운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일관되게 중수부 수사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한 간부는 “여태까지 중수부에서 수사한 목록을 봐도 존재의 필요성은 입증됐다”고 했고, 다른 참석자는 “부산저축은행 수사에 하루 130명의 수사 인력이 투입되는데 일선 검찰청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중수부는 힘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한 부정부패 수사의 상징이다” “한국의 부정부패 수준을 봤을 때 아직 중수부 수사는 필요하다” 등의 의견도 나왔다.

정치권에 대한 성토는 자제했지만, 지난 3일 여야가 중수부 수사기능 폐지를 합의한 데 대해서는 불만이 제기됐다. 박 대검 차장은 “국회에서 합의됐다고 하는데 국민의 대표기관이긴 하지만 국민의 뜻을 정확히 대변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지금 밥 먹을 상황이 아니다”며 점심식사를 거르고 오후 2시까지 중수부 수사 방향, 예금자 피해 회복 방안 등을 논의했다. 회의 내용 발표자, 발표 방식을 놓고는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김 총장이 “내가 발표하겠다”고 결정한 뒤 초안도 직접 작성했다. “상륙작전을 시도하는 데 해병대 사령부를 해체하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말은 당초 성명서에는 없었지만 김 총장이 발표 직전 첨가했다.

검찰이 예상과 달리 정치권에 대해 강도 높은 반발을 하지 않은 것은 섣부른 감정 대립이 현 상황에서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검 간부들 사이에서 부정부패 수사라는 본연의 임무를 부각시켜 여론의 지지를 받는 것이 먼저라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향후 사개특위의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대응 수위를 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호일 노석조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