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공룡조직’ 띄운 박세일… 여의도선 “세력화 수순?”

입력 2011-06-06 21:26


발기인만 1만1023명 ‘선진통일연합’ 출범

‘대한민국 선진화와 남북통일’을 가치로 거대 보수단체가 닻을 올렸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발기인만 1만1023명인 ‘공룡 조직’의 탄생에 여야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주도하는 선진통일연합(선통련)이 현충일인 6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창립대회를 열었다.

회의장에 마련된 4000여 좌석은 빈자리가 없었고, 자리를 잡지 못한 1000여명의 참석자들은 별실에서 행사를 지켜봤다. 선통련 발기인에는 김문수 경기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김수한 박관용 전 국회의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한나라당 나성린 박진 정의화 전여옥 박영아 의원, 김진홍 두레교회 목사, 박효종 서울대 교수 등 각계 주요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선통련은 5대 실천 강령으로 국민 통일학습공동체 운동, 통일기금 모금운동, 통일지도자 양성계획과 선진통일 글로벌 네트워크 조직, 신동북아의 번영과 영구평화 등을 주창했다. 선통련은 미국 뉴욕 등을 포함해 모두 70개 지역에 산하 조직을 두고 있으며 앞으로 ‘21세기 만민공동회’ 개최 등을 통해 선진과 통일이라는 화두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선통련 상임의장을 맡은 박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남한의 선진화와 북한의 근대화가 함께 성공해 한반도 경제가 욱일승천하고, 대한민국이 21세기 동북아의 용이 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운을 뗐다. 박 의장은 “통일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우리 마음속의 패배의식과 내부분열, 그리고 표류하는 국가사회의 리더십”이라며 “우리 모두 선진통일의 깃발 아래, 우리나라가 다시 강대국의 각축장이 될 수 있다는 신냉전의 악몽을 날려 보내자”고 호소했다. 이에 행사장을 가득 메운 참석자들은 주최 측이 나눠준 소형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축사에 나선 인사들은 ‘보수의 가치’를 강조하며 보수진영의 결집을 촉구했다. 현 정치권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도 쏟아졌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우리가 선진 조국을 만들고 통일이라는 가치를 분명히 할 때 대한민국은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서게 될 것”이라며 “선진화와 통일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보수의 가치라고 굳게 믿는다”고 밝혔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여의도(정치권)에 애국심이 없고 포퓰리즘만 있다면 이 나라 장래가 어떻게 되겠느냐”며 “여의도의 물길을 한번 시원하게 물갈이하는 신선한 정치 혁신 운동이 선통련”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 자리는 보통 대통령 선거 나갈 때 출정식을 하는 곳”이라며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왜곡되는 현실에 선열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을 가눌 수 없다”며 “당장 표만 생각하는 얄팍한 포퓰리즘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을 휩쓸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장은 창립대회를 마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선통련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특정 정치세력과 연계할 가능성에 대해 “그럴 가능성은 없다. 여의도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박 의장은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있는 한나라당 내에서 당을 이끌 외부 인사로 지목돼 왔고, 나아가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차기 대권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돼 왔다. 그가 핵심 의제로 삼은 선진화와 통일은 우파적 색채가 짙은 이슈이고, 각계 인사들을 결집한 전국 규모의 단체조직은 정치세력화의 수순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