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삼길, 금융권 최초 골프단 만들어 ‘로비 라운딩’ 동원
입력 2011-06-06 21:28
삼화저축은행 신삼길 회장이 정치인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신 회장의 골프 로비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 회장은 돈과 골프를 접대에 적절히 활용한 ‘캐시 앤드 골프(cash and golf)’에 능했던 인물로 평가받는다.
프로골프계 한 인사는 6일 “삼화저축은행 골프단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국내 톱클래스 남자 프로골퍼 여러 명이 소속돼 있었다”며 “신 회장은 특별히 챙겨야 할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프로골퍼들과의 라운딩 자리를 자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아무리 국회의원이라도 필드에 나가면 아마추어 골퍼에 불과한데 신 회장이 국가대표급 프로골퍼들을 아랫사람 대하듯 거느리고 다녀 뭔가 다른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라며 “정치인이든 기업인이든 골프를 좋아하는 아마추어에겐 유명 프로골퍼와의 라운딩이 평생 기억되는 자리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 회장은 라운딩 조 편성을 할 때도 상당한 배려를 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드라이버 티샷이 약한 정치인과 골프를 칠 때는 드라이버 정확도와 비거리가 국내 최상위권인 남자 선수를 데리고 나가는 식이었다. 신 회장은 경기도 광주의 K골프장과 충남 천안의 W골프장 등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 실력이 싱글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 신 회장은 2006년 삼화저축은행 프로골프단을 만들었다. 당시 국내 금융회사가 프로골프단을 창단한 것은 신 회장이 처음이다. 창단 때는 남자 선수 중심이었고, 2009년 뒤늦게 여자 선수도 몇 명 영입했으나 스타급 여자 선수는 별로 없었다. 신 회장의 로비성 라운딩에 동원된 프로골퍼들은 대부분 남자 선수다. 삼화저축은행의 영업이 정지된 뒤 소속 프로골퍼들은 다른 팀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검찰은 신 회장의 정·관계 로비 과정과 골프가 밀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이 워낙 골프를 좋아해 그와 친하게 지냈던 주요 인사 가운데 신 회장과 라운딩을 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신 회장이 골프장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한 내역과 자주 출입한 골프장 출입기록 등을 분석해 신 회장과 골프를 자주 친 정치인, 고위 공직자, 기업인, 연예인 등의 면면을 상당수 추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