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 폐지’ 갈등] “권력층 수사는 누가 하나”… 檢 손 들어준 靑
입력 2011-06-06 22:02
청와대가 6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중수부 폐지를 둘러싼 국회와 검찰의 충돌이 격화되자 “신중히 검토하는 게 좋겠다”며 중재에 나선 듯한 스탠스를 취했지만 내용적으로는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우리 입장은 김준규 검찰총장의 성명과 맥을 같이한다”고까지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지금은 뭐라고 말할 계제가 아니다”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오후 임태희 대통령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연 뒤에는 분이기가 바뀌었다. 오후 2시쯤 끝난 대검 간부회의를 감안해 입장을 정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석들 중 중수부 폐지라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검찰소위 의견에 찬성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청와대가 ‘중수부 폐지 반대’ 입장을 정리한 것은 사개특위의 중수부 폐지 의견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수부는 그동안 전국적인 수사, 대형 권력 비리 사건 등을 담당해 왔는데 이를 폐지한 이후의 대책이 부실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지적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도 발생지역은 부산이고 로비는 서울에서 일어났으며 핵심 인물들은 호남이다.
사개특위는 중수부를 폐지하는 대신 판·검사 비리를 수사하는 특수수사청을 설립하고 상설 특검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상설특검제는 과거 경험상 실질적인 수사나 처벌이 어렵고 오히려 면죄부만 준다는 비판이 우세한 상황이다. 또 판·검사 비리 등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수사청을 신설할 경우, ‘국회의원과 권력층 수사는 누가 하느냐’는 비판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특수수사청이나 상설특검제는 국민 여론상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라며 “국회에서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만큼 신중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하라”고 수차례 지시한 만큼, 대검 중수부의 저축은행 비리 수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흡한 대안을 바탕에 깐 중수부 폐지가 ‘공정사회’라는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방향과도 어긋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와대는 검찰이 국회 결정에 집단 반발하는 모습을 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수부의 5일 수사 잠정중단은 집단행동이라기보다는 하루 휴가를 낸 것으로 안다”며 “사태가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