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大選, 좌파 우말라 승리… 36년만에 좌파정부 집권
입력 2011-06-07 00:44
오얀타 우말라 후보가 5일(현지시간) 치러진 페루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승리했다. 남미에서 좌파 정권이 하나 더 늘어났다.
페루, 36년 만의 좌파정권=로이터통신은 개표가 87% 진행된 시점에서 2.5%포인트 앞선 우말라가 게이코 후지모리 의원을 누르고 승리를 확정지었다고 보도했다. 개표가 덜 끝난 지역들은 우말라를 지지하는 농촌지역이기 때문에 뒤집힐 가능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앞서 선거 직후 나온 출구조사도 우말라의 승리로 나타났다. 우말라는 6일 수도 리마 시내의 광장에서 “모두를 위한 페루를 건설하겠다”고 강조했고 지지자들은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우말라의 승리로 페루에는 1975년 후안 벨라스코 알바레도 군사정부 이후 36년 만에 좌파 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우말라는 최저임금을 올리고, 페루 광산업에 진출한 외국 광산업체들에 ‘초과이득세’를 부과해 빈민층에게 나눠주겠다고 공약하는 등의 분배정책을 내걸었다. 페루는 원자재값 상승을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분배가 제대로 안 된 탓에 서민층의 불만이 높았다.
육군 중령 출신인 우말라는 2006년 대선에 출마했다가 실패했지만 재도전해 결국 뜻을 이뤘다. 주한국 페루대사관에서 2005년 무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어 한국에 대한 호감도도 높다.
한편 게이코 후지모리는 부패 등으로 2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이다. 그는 아버지와의 차별화에 노력했지만 결국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데 실패했다.
남미, ‘분배 중심의 성장’을 선택하다=2009년 6월 중도좌파인 아르헨티나 집권 여당이 총선에서 졌고, 지난해 1월 칠레 대선에서 20년 만에 중도우파 정부가 등장하면서 남미에서 우파 바람이 불 것이란 전망이 높았다. 2008년 국제 금융위기로 시작된 경제 불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남미 사람들이 보수정권을 원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브라질 노동자당(PT)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승리했고, 페루에서도 좌파 정권이 탄생하면서 우파 바람은 사라졌다. 오는 10월 예정된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중도좌파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남미에선 친미 성향인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이 이끄는 콜롬비아와 칠레만 우파 정권이다.
특히 좌파 중에서도 재분배를 우선으로 하지만 성장을 위한 실용적인 측면도 중시하는 중도좌파가 강세다.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페르난도 루고 파라과이 대통령이 중도좌파로 분류된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주창했던 이른바 ‘룰라식 실용좌파’는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면 외자유치 등 신자유주의 정책도 받아들인다. 이는 전 세계 반미의 대표주자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인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등 강경좌파와는 거리가 있다.
한때 우말라는 차베스식의 사회주의를 내걸었지만 이번 대선에선 노선을 중도좌파로 수정했다. 우말라의 합류로 남미에선 중도좌파 정권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되게 됐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