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 한국배구 뒤엔 신의손 여오현 있었다… 리시브율 71.83% 빠른 공격 주도

입력 2011-06-06 17:55

“공격수들이 어린 선수들이라 부담을 갖지 않도록 신경썼는데 잘 극복한 것 같아요.”

배구 월드리그에서 한국배구의 신기원을 이끌고 있는 박기원(60) 대표팀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감성에까지 신경쓰는 듯 했다. 아직 자신이 원하는 ‘빠른 배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겁 없은 아이들’의 활약에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한국대표팀은 최근 쿠바에는 27년 만에, 프랑스에는 8년 만에 승리를 거두며 D조 3승1패를 기록, 세계 배구계의 놀라운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세계랭킹 23위에 불과한 한국이 최근 2주간 쿠바(세계 4위), 프랑스(12위)와의 4연전을 통해 얻은 수확은 ‘스피드 배구’에 대한 확신과 차세대 ‘젊은피’의 발굴이다. 빠른 배구는 박 감독의 소신이기도 했다. 세계최고수준의 리그를 보유한 이탈이아에서 20여 년간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했던 그는 평소 장신의 유럽팀을 이기기 위해서는 속도밖에 없음을 자주 피력했다. 즉, 상대 센터 블로커가 미처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빠른 토스를 해야만 한명의 블로커를 두고 확률 높은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 느린 배구에 익숙해진 한국 실정에서 빠른 토스를 할 줄 아는 선수가 거의 없다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게다가 이번 대표팀은 프로팀의 내로라하는 공격수들이 모두 빠진 사실상 1.5군에 가까운 팀이었다.

지난 4월 대표팀이 구성된 뒤 공격수는 이름도 생소한 대학선수들로 주전을 메워야만 했다. 전광인(20·성균관대)는 이번에 처음 대표팀에 발탁됐고 최홍석(23·경기대)은 2009년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지난해 AVC컵에 대표로 출전했지만 그 때도 주전 부상에 따른 ‘땜빵용’이었다. 라이트 김정환(23·우리캐피탈)은 프로무대에 갓 들어온 신예. 하지만 공격수로는 단신급이지만 이들은 한 박자 빠른 발과 빠른 스윙이 있어 스피드 배구에 재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박 감독의 빠른 배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리베로 여오현(삼성화재)의 안정된 리시브가 필수적이었다. 여오현은 71.83% 리시브 성공률을 보이며 박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대표팀은 오는 11·12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강호 이탈리아(6위)와 조 선두를 놓고 2연전을 펼친다. 이탈리아는 프랑스와 쿠바를 연파, 4승 무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5일 홈경기서는 쿠바를 3대 2로 물리쳤다. 이탈리아와의 역대 전적은 1승28패로 절대 열세. 19년 전인 1992년 월드리그 서울경기에서 이겨 본 것이 유일하다.

서완석 국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