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수부 존폐, 저축銀 수사 결과로 말하자
입력 2011-06-06 22:09
국회 사법개혁특위 소위의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합의에 반발해 저축은행 수사를 중단했던 검찰이 수사를 재개하기로 했다. 검찰은 어제 김준규 검찰총장이 주재한 간부회의에서 “수사에 매진해 수사로 말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이 정도(正道)로 돌아왔다. 서민을 울린 저축은행 비리 사건의 수사가 정·관계의 부패 커넥션을 줄줄이 캐내고 있던 상황에서 검찰이 수사를 중단한 것은 권력을 이용한 시위로 비칠 수밖에 없다. 중수부를 없애려는 정치인들이 불만스럽다고 해서 검찰에 피해 복구를 요구하는 피해자들과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국민 일반의 기대까지 외면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검찰은 중수부 폐지에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 총장은 “항해가 잘못되면 선장이 책임지면 되지 배까지 침몰시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중수부 기능의 대안으로 특별수사청이나 상설 특검 같은 대안이 제기되고 있으나 김 총장은 제도 변경보다 책임수사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번 수사에 자신의 진퇴까지 걸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현 상황에서 검찰이 중수부를 지키는 방법은 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유감없이 밀고 나가는 것뿐이다. 이전 정권 때부터 켜켜이 쌓인 금융계의 적폐(積弊)를 일소함으로써 중수부의 존재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중수부 폐지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심정이 국민 전체의 공감대를 이룰 때 정치권의 중수부 폐지 움직임은 제동이 걸릴 것이다. 국회와 마찰을 빚을 게 아니라 오직 국민만 보고 수사에 임해야 한다.
저축은행 사건으로 공직사회의 부패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서민의 생계가 달린 예금을 담보로 별별 짓을 다 저지른 부도덕한 금융자본가들과 대가를 받고 이를 은폐·비호한 금융당국 등 정·관계의 흑막(黑幕)이 있다. 국민은 검찰이 흑막을 시원하게 걷어내기를 원하고 있다. 거악(巨惡)을 상대할 조직은 검찰밖에 없다는 데도 공감하고 있다. 김 총장은 “상륙작전을 시도하는데 갑자기 해병대 사령부를 해체하게 되면 상륙부대는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사령부가 해체되더라도 이미 상륙한 부대는 싸울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은 수사의 성과로 말하라. 결과를 갖고 중수부의 존폐를 국민에게 물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