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과일 대공세… AP “한국, 미국 生블루베리 수입 허용”
입력 2011-06-06 18:24
AP통신은 5일 “오랜 협상 끝에 지난주 한국 정부가 오리건주 블루베리의 수입을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다음달 1일 선적을 하고, 올해에 90∼220t가량을 수출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산 블루베리가 냉동·건조가 아닌 신선과일 형태로 들어오기는 처음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블루베리 생산국이다. 정부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2005년부터 오리건주에서 생산하는 블루베리 생과일의 위험평가 작업을 진행했었다.
수입산 과일이 매섭게 우리 식탁을 공격하고 있다. 2000년 46만t이었던 과일류 수입은 10년 만에 배 가까이 불었다. 과일류 수입 증가의 이면에는 소비 증가와 함께 자유무역협정(FTA)이 자리 잡고 있다. 농업계는 과일 수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수입 과일의 공습=6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신선과일, 건조과일, 주스·잼 등 가공품 등을 포함한 과일류 수입량은 지난해 82만1100t으로 전년 대비 25.41% 증가했다. 과일류 수입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소비가 부진했던 2008년과 2009년을 제외하고 상승세다. 2008년과 2009년에는 국내 과일 생산량이 각각 269만8000t, 288만1000t에 이르러 수입할 여지도 적었다. 상륙작전의 선봉에는 포도, 오렌지가 섰다. 오렌지는 지난해 13만6600t이 수입돼 전년 대비 43.31%나 늘었다. 포도는 지난해 5만4330t이 수입돼 전년 대비 14.0% 증가했다. 한·칠레 FTA가 체결되면서 칠레산 포도는 매년 3만t 이상 들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망고 등 열대과일은 물론 크렌베리, 블루베리 등까지 밀려든다. 신선과일로는 수입할 수 없도록 묶어둔 사과·배도 건조형태나 잼, 주스 등으로 수입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꾸준하게 과일 수입이 늘고 있는데다 지난해에는 국내 작황이 나빠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융단폭격’ 다가온다=과일 수입이 느는 가장 큰 이유는 소득 증가에 있다. 여유가 생기면서 과일 소비가 늘고 있는 것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연간 1인당 과일류 소비량은 2009년 기준으로 67.7㎏에 이른다.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지난해 기준 72.8㎏)에 육박하는 수치다. 과일류 소비량은 2000년 58.4㎏과 비교해 9년 만에 9㎏ 이상 늘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수입 과일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졌다. 포도·오렌지 등은 계절관세(자국 농산물 수확기에만 매기는 높은 관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국내산 포도·감귤이 나지 않는 때에는 가격 경쟁력도 높다. 정부는 갈수록 과일 수입이 늘 수밖에 없다고 본다. 사과·배를 신선과일로 수입하라는 요구는 이미 거세다. 정부는 농가 보호차원에서 수입 허용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수입을 막고 있지만 마냥 버티기도 힘들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FTA 등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신선과일, 건조과일 등 과일류 수입은 늘 수밖에 없다”고 했다. 농협 관계자는 “수입 과일의 융단폭격이 다가온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