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감사원장 역할
입력 2011-06-06 17:43
감사원장이 중요한 자리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등에 대한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을 하는 감사원의 수장이기 때문이다. 감사원장은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주심(主審) 역할을 하는 감사위원은 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헌법과 감사원법에 명시돼 있다.
감사원장은 1963년 이원엽 초대 원장을 시작으로 15명이 거쳐 갔고, 현재 22대 양건 원장이 지난 3월부터 재직하고 있다. 황영시 전윤철 등 6명이 중임에 성공했다. 원장 공석 등을 이유로 서리나 직무대행 체제로 감사원이 운영된 것은 12차례였다.
막강한 감사원장을 지낸 김황식 총리가 지난 2월 “저축은행을 감사했더니 오만 군데에서 압력이 들어왔다”고 말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배후를 밝히라는 여론이 들끓자 김 총리는 최근 국회에서 “감사에 저항하는 그룹이나 세력들의 어필(항의)이나 청탁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진해서 진실규명에 나섰다기보다는 여론에 등을 떠밀려서 한 것 같은 느낌을 국민은 받았을 것이다. 감히 감사원장에게 압력을 가할 정도라면 대단한 실력자일 것이라고 짐작했던 국민은 반신반의하고 있을 터이다. 어쩌면 김 총리가 말한 압력의 실체 규명 작업은 아직도 진행형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김 총리의 국회 답변 가운데 그나마 칭찬 받을 만한 것은 “당시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의 면담 신청을 거절했다”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것도 엄밀히 따지면 반쪽짜리 칭찬거리에 불과할 뿐이다. 당시 김 금감원장이 정창영 감사원 사무총장을 만나도록 방치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본인이 면담을 거절했다면 감사위원과 사무총장 등에게도 면담 금지령을 내렸어야 맞다. 감사원장 시절의 리더십에 대해 ‘글쎄요’ 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김 총리는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은진수 전 감사위원에 대해서는 “부끄럽고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지만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같은 자책이다.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은씨의 감사위원 임명이 부당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만큼 김 총리는 감사원장 시절에 제청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 대통령이 자신을 원장에 임명했고, 감사위원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해도 국가와 대통령, 감사원을 위해서는 거부 의사를 밝혔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양건 감사원장은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불거진 문제들을 하나하나 곱씹어봐야 한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