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쓴 ‘21세기 관동별곡’… 홍인희씨 ‘우리 산하에…’ 출간 1주일 만에 돌풍

입력 2011-06-06 20:02


강원도를 다룬 인문지리서 ‘우리 산하에 인문학을 입히다’가 출간 1주일 만에 교보문고 온라인서점 인문 분야 10위권에 진입했다. 국내외 스타 작가들이 각축하는 인문서 분야에서 무명작가가 쓴 강원도 이야기가 ‘톱10’에 오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출판계에서는 “재야의 고수가 나타났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우리 산하에…’는 국무총리실에 근무하는 50대 중반의 공무원 홍인희씨가 쓴 생애 첫 책이다. 25년간 공무원 생활을 해왔다는 홍씨는 젊은 시절 강원도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면서 강원도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강원도는 그의 고향이기도 하다.

“충청도 하면 충절의 고장, 전라도 하면 예향, 경상도 하면 전통이나 유림, 이런 게 떠오르잖아요? 그런데 강원도 하면 왜 옥수수, 감자만 떠오를까? 강원도에는 인문학적 의미가 없겠는가? 그래서 찾아 나서게 됐어요.”

홍씨는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지역을 답사하고 어르신들을 인터뷰하고 옛날 자료를 뒤지며 혼자 강원도 연구를 해 왔다. 햇수로 24년째. 홍씨는 자신의 작업을 “강원도의 인문학적 정체성을 찾아보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강원도의 지리와 역사, 인물, 음식 등이 망라돼 있다.

그는 “옛날 관료들은 임지에 가면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해 널리 알렸다”면서 “지역문화를 알리고 관광문화를 활성화시키는 데 공무원들이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출판사 측에서는 그의 책을 ‘21세기 신관동별곡’으로 비유했다. 조선시대 송강 정철이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해 쓴 ‘관동별곡’의 현대판이라는 것이다.

홍씨의 책은 가을에 한 권 더 나온다. 그동안 써놓은 원고가 꽤 있다고 한다. 정년을 4∼5년 앞두고 있는 홍씨는 “퇴직 후에도 계속해서 각 지역에 숨겨진 인문학적 의미를 탐색하는 작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