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같이 몰입할 수 있는 예배가 그립다

입력 2011-06-06 16:23


[미션라이프] 현시대의 문화 속에서 영화가 갖는 신학적 의미가 새롭게 조명됐다. 영화를 설교나 전도를 위한 도구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이를 삶에 적용하게 하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이길용 박사(서울신대)는 최근 서울 노고산동 신촌성결교회(이정익 목사)에서 열린 한국실천신학회(회장 조기연 교수) 학술대회에서 ‘영화 ‘아바타’를 중심으로 한 신학으로 미디어 읽기’를 발표했다.

2009년 12월에 개봉된 ‘아바타’는 미국의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이 제작한 SF영화다. ‘판도라’라는 외계 위성에서 벌어진 지구인과 원주민과의 싸움이 배경이다. 판도라 행성의 원주민과 인간의 DNA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생명체’ 아바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당시 아바타의 열풍은 대단했다. 이 영화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무려 27억 달러 상당의 수입을 거뒀다. 국내 수입도 1200억원에 달했다.

이 박사는 “종교와 대중문화가 인간의 정서적, 지적 반응 면에서 본질적으로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종교적 영성이 떨어지면 대중문화가 종교를 대체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종교적 영성을 대신하는 대중문화의 힘이 무엇인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은 시간의 무료함을 달래고자 영화를 본다. 영화 관람의 목적이 ‘시간 죽이기’라는 것이다. 무료함과 심심함은 인간만이 가진 형이상학적 특징이다. 인간은 시간을 느끼며 인지한다. 앞으로의 시간을 예측하고 자신의 태도와 상황을 해석한다. 이때 변화가 없는 시간이 예측되면 심심함·무료함을 느낀다. 이는 인간에게 고통을 준다. 본질적으로 ‘자기 존재의 쇠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시간을 잊을 수 있는 또 다른 몰입이 추구한다. 이 몰입이 인간을 ‘황홀경’ ‘무아지경’에 빠뜨리며 새로운 종교적 경험을 제공하는 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아바타’는 스토리 구조가 단순하다. 반면 3D 입체화면, 아바타의 탄생과 활동, 미래의 전투장면 등 화려한 볼거리가 많다. 이것이 관객들에게 충분한 몰입과 종교적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박사는 영화관과 예배당이 닮아 있다고 해석했다. 사람들이 예배를 드리는 것은 ‘시간 없음(timelessness)의 체험’을 갈망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영화를 볼 때처럼 시간을 잊고 싶어서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영화 관람객들은 영화를 보는 동안 실존적 불안을 잊고 ‘순간의 영원’을 경험한다. 이 때문에 영화를 본다. 교회에 오는 사람들은 하나님 체험을 갈망한다. 그 때문에 예배에 참석한다고 이 박사는 말했다.

그는 “예배시간은 시간의 흐름을 인식할 필요가 없는 곳, 시간이 멈춰져야 하는 장소”라면서 “예배가 지루하게 느껴지면 예배의 본질적 기능이 퇴색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종교적 성스러움을 뜻하는 ‘누미노제’ 체험이 없는 예배는 결국 영성을 고갈시키고 사람들은 유사한 자극을 찾기 위해 다른 곳으로 향한다고 했다.

이 박사는 “영화관에서 돈까지 지불하고 시간 죽이기를 하던 젊은이들이 예배당에서 지루함을 느낀다면 지금의 한국교회 위기는 쉽게 해결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예배에서 하나님을 체험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석환 박사(안양대)는 논평을 통해 신학적 영화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영화 관람객들은 극장을 벗어나는 순간 각자 다양한 현실 속에서 영화의 의미를 재구성한다”면서 “기독인들이 영화를 기독교적 관점에서 능동적으로 재해석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동규 박사(서울신대)는 “만약 교회가 예배를 통해 누미노제 체험을 제공하지 못하면 다른 유사 종교적 경쟁자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는 데 공감한다”고 논평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전병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