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의 영혼의 약국 (102)

입력 2011-06-06 11:49

세습, 하려거든 좀 알고나 하라

이상성의 ‘추락하는 한국 교회’를 읽자면 세습에 관한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는 이렇게 적었다. “중세가 거의 끝나가는 11세기까지도 독신은 강제사항이 아니라 권장사항이었다. 그 권장 사항도 5세기에 들어서야 등장했다. 서기 400년대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를 로마의 국교로 선포할 때까지도 사제의 혼인은 금지되지 않았다. 요컨대 혼인금지 규정의 목적은 ‘여성과 성관계를 맺지 말라’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자녀가 생김으로 해서 오는 교권 세습의 방지에 있었다. 그러나 5세기에 이르러 점차 교권이 세습되기 시작했다. 11세기가 되자 교회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일은 극심해졌고, 그 패악이 커지자 드디어는 독신 규정을 강제하는 법이 제정되기에 이른 것이다.”

자신의 교구를, 본당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가톨릭 사제들은 1000년 세월 동안 ‘성행위 금지’라는 고행을 강요받았다. 그런데 가톨릭을 이단이라고 정죄하는 한국 교회의 다수 세습교회들은 어떤가?

가톨릭이 그렇게 방지하려고 애쓴 세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가톨릭 사제들의 독신이 어디서, 왜 비롯되었는지도 모르는 교회사의 백안지대(白眼地帶)에 살고 있다. 그러면서 그들은 가톨릭을 ‘이단’이라고 교우들에게 가르친다. 자기가 목회하는 교회를 자식에게 물려주거나, 다른 큰 교회 목사의 자식과 서로 자리를 바꿔 물려주거나 하는 이들에게 물어보자. 그대들이 ‘이단’이라고 규정하는 저들도 ‘세습의 패악’을 알고 1000년 동안이나 세습의 원천이라고 여기는 ‘성행위’부터 금했다. 그런데 뭔가? 그대들은 그 원천에도 열심이고, 세습도 실행하고 있으니, 도대체 그대들은 기독교사에 있어서 ‘몇 단’인가? 하려거든 좀 알고나 하라.

춘천 성암감리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