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박, 손으로 맥 짚는 대신 컴퓨터로 계량화
입력 2011-06-05 18:45
한방 의료행위인 진맥(診脈)을 자동 혈압계나 심전도처럼 표준화해 한의사 개인의 주관이 개입할 여지를 줄인 디지털 맥진기가 국내 한의계에 선보여 화제다.
소리청한의원 네트워크 황재옥 대표원장은 5일 “그동안 손으로 손목의 맥을 짚어 환자의 몸 속 어디가 어떻게 얼마나 안 좋은지를 감지하던 아날로그 식 진맥을 현대의학의 심전도나 자동 혈압계처럼 디지털화함으로써 표준 맥진 기술을 개발, 보급 중”이라고 밝혔다.
‘심안맥진기’로 불리는 이 장비는 좌우 손목의 요골동맥에서 자동으로 감지되는 맥박을 전기적 에너지로 증폭시켜 속도와 간격, 파형 등을 컴퓨터로 계량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과거 진맥 시 한의사 개인의 손에 느껴져 머릿속에만 그려지던 맥의 움직임은 그대로 컴퓨터 모니터에 총 27개 파형 그래프로 나타나도록 고안돼 있다.
맥의 감지와 맥의 움직임에 따른 파형은 원터치로 측정되고, 진행 과정이 그대로 모니터에 표시된다. 1회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10분. 단 양 손목 모두 측정해야 한다. 파형은 장기별로 표시되고, 장부별 표준(정상) 파형과 비교해 이상 여부를 판정할 수 있게 돼 있다. 따라서 이 기계를 이용하면 짧은 시간에 언제 누가 측정해도 똑같은 검사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 한의사 개인의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줄어 객관적이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진다.
황 대표원장은 “심안맥진기를 전국 한의원에 빠른 시일 내 보급, 우리 국민의 한의학에 대한 불신을 없애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