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지연작전?… 시민단체 “시추조사 미루는 것은 시간끌기용”
입력 2011-06-05 18:33
주한미군 기지의 고엽제 매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한·미 공동조사가 미군 측의 지연작전에 말려들고 있다는 시민사회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녹색연합,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8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주한미군 고엽제 대책회의는 5일 “주한미군이 지표투과 레이더 조사 등을 핑계로 시추조사를 미루는 것은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주한미군이 기지 내부의 오염실태를 자체 점검한 1992년, 2004년 보고서를 토대로 고엽제 및 유해물질 매몰지점을 쉽게 특정할 수 있는 데도 일부러 조사를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환경분과위원회 한국 측 대표인 환경부는 당초 시추조사를 통해 토양시료를 채취·분석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지만 미군의 반대로 지표투과 레이더 방식의 조사를 먼저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시민단체들은 이 과정을 두고 “미군 측은 토양오염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시간을 끌면서 여론이 가라앉기를 바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군 측이 기지 내부에서 사용 중인 관정에서 채취한 지하수 시료를 분석 대상에 넣은 것도 ‘논점 흐리기’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군에 따르면 음용 지하수는 100m 이상 내려가는 대수층에서 퍼올리고 식음료로 사용하기 위한 철저한 검사를 거친다고 한다. 현재 사용하는 지하수에서 다이옥신 등으로 인한 고농도 오염사례가 검출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신범 소장은 “미군이 오염물질을 불법 매립했다는 점을 신속히 밝히는 게 급선무”라며 “현재 조사 방식은 미군 측에 유리한 것만 조사하는 식으로 끌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