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경제수장 소통방식 ‘3인 3색’… 강만수 ‘직설적’-윤증현 ‘낭만파’-박재완 ‘학자풍’
입력 2011-06-05 18:32
“다차원의 동태적 최적화 목적함수를 찾는, 연립 미분방정식을 푸는 것과 같다.” “로 로드(low road)보다 하이 로드(high road) 접근법을 택하겠다.”
대학 강의실 풍경이 아니다. MB정부 3기 경제사령탑을 맡은 박재완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의 어법이다. 그의 취임사나 기자간담회에는 하버드대 박사 출신 학자답게 각종 경제이론이나 난해한 용어들이 등장한다.
박 장관은 지난달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콜렛-헤이그 규칙을 적용해 창의적 대안을 모색해보겠다”고 답했다. 주로 경제학을 전공한 재정부 공무원들조차 ‘콜렛 헤이그 규칙’을 다시 찾아보느라 진땀을 뺐다. 콜렛 헤이그 규칙은 여가와 관련된 세금은 높게 매기고 노동과 관련된 세금은 낮춰주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최적 과세이론.
현 정부 전·현직 재정부 장관들의 소통방식이 ‘3인 3색’이다.
1기 강만수(산은지주 회장) 전 장관은 직설화법으로 유명하다. ‘소신파’, ‘솔직하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고집이 세다’, ‘비호감’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권 초기인 2008년 3월부터 1년 재임기간 각종 설화(舌禍)에 휩싸였고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외환시장이 출렁였다. 강 회장은 “재정부가 환율 정책의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현 정부 내에 서울대 법대 인맥이 끊겨서 일 시킬 사람이 없다.” 등의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인터넷에는 ‘강만수 어록’까지 등장했을 정도.
강 회장은 국제회의에서도 거두절미한 초간단 화법으로 상대방을 당황시키기도 했다. 리먼 사태가 한창이던 2008년 10월 워싱턴에서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손을 잡고 “We need swap(우리는 맞교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두 사람이 어리둥절해하자 당시 국제업무관리관으로 동석했던 신제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Not wife swap(아내 바꾸자는 스와핑이 아니라 통화스와프다)”고 어색한 분위기를 정리했다.
2년4개월간 2기 경제수장을 맡은 윤증현 전 장관은 낭만파다. 각종 국내외 회의나 간담회 등에서 시나 중국 고사성어를 자주 거론하며 감성화법을 구사했다. 주요 20개국(G20) 의제 조율을 위해 지난해 9월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는 연설에 앞서 러시아 시인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읊어 좌중을 감동시켰다.
윤 장관은 지난달 26일 출입기자들과의 마지막 간담회에서도 “40년 공직생활을 했지만 후회는 없다”며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과 이형기 시인의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로 시작되는 ‘낙화’를 읊어 여운을 남겼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