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수사 어디로] 6일 대검 긴급간부회의 분수령…‘폐지 반대·수사 계속’ 표명할 듯
입력 2011-06-05 21:52
검찰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라는 정치권발 역풍에 집단 반발한 뒤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금융비리와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전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사건을 지휘·조율하는 김홍일 대검 중수부장을 비롯한 수사팀 일부는 5일 청계산 산행을 했다. 지난 3월 중순 부산저축은행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3개월 가까이 달려온 누적 피로 때문에 휴무 일정이 원래 잡혀 있었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이번 수사는 6일 대검 간부회의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중수부 폐지와 관련한 검찰 수뇌부 회동은 지난 3월 긴급 고검장회의와 4월 전국 검사장 워크숍에 이어 올 들어 세 번째다. 회의에는 대검 과장(부장검사) 이상 간부 40여명이 모두 참석한다. 현재의 기류로 봤을 때 ‘간부 총사퇴’ ‘정치권과의 일전불사’ 등 강경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 ‘중수부 수사기능 폐지에는 반대하지만 저축은행 수사는 계속 한다’는 절충된 수준의 입장을 밝힐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한 대검 간부는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밝힌 뒤 검찰 입장을 정리할 것이기 때문에 속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단 수사팀은 앞으로 수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쪽으로 정리했다. 김 중수부장은 “검찰 수사는 지극히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내 의견을 수렴해 입장을 정리, 발표하는 것은 김준규 검찰총장이 할 일이며 중수부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취지다. 김 부장은 “일부 수사팀을 쉬게 한 것은 3월부터 계속 수사를 하다 보니까 휴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검사도 있고 실제로 쓰러진 검사도 있다. 그래서 쉬게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가 중수부 폐지를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밝힌 만큼 입법 과정에서 검찰과 국회의 힘겨루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수사 일정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검찰 관계자는 “법제화까지 가지 않고 권고 수준에서 마무리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당황스럽다. 법에 넣겠다는 것은 중수부를 강제로 폐지하겠다는 것이어서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 중단까지 거론하며 입법기관을 압박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그간 중수부가 정권 입맛에 따라 특정 세력을 목표로 한 수사를 해왔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이례적으로 중수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전력해 온 검찰이 중수부 폐지 합의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 자체가 수사를 조직 연명의 수단으로 이용해 왔음을 자인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