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 첫 한국계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 정통, 정진석 정무수석과 죽마고우
입력 2011-06-05 21:19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차기 주한 미국 대사에 성 김(한국이름 김성용·51·사진) 6자회담 특사를 내정하고 지난주 한국 정부에 아그레망(주재국 임명동의)을 요청했다고 워싱턴 외교 소식통이 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소식통은 “백악관이 한반도 사정에 정통한 김 특사가 주한 대사에 최적임자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안다”며 “지난주 한국 정부에 아그레망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성 김 특사가 한국계라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도 “백악관이 성 김 특사의 전문성을 높이 평가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 내정자는 한국 정부 동의와 미 상원 인준 절차가 완료되면 8월쯤 부임할 예정이다. 그가 부임할 경우 1882년 양국이 수교한 이후 129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계 주한 미 대사가 탄생하게 된다.
그는 국무부 한국과장과 6자회담 특사를 지냈으며, 한국과 일본 등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다. 북한을 13차례 방문하는 등 국무부에서 가장 탁월한 한반도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1960년생인 그는 한국에서 초등학교 3학년까지 다니다 외교관으로 근무하던 부친 김재권씨를 따라 일본으로 갔다. 중학교 1학년 때 가족이 캘리포니아주로 이민을 갔으며, 펜실베이니아대를 졸업한 뒤 로욜라 로스쿨을 거쳐 캘리포니아주에서 잠시 검사 생활을 했다. 검사에서 외교관으로 전직한 뒤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두 차례 근무했고, 2006년 한반도 정책 전반을 다루는 국무부 한국과장에 발탁되면서 북핵 등 한반도 이슈를 깊이 있게 다뤘다.
그는 특히 북한 문제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무부나 국무부 출신 싱크탱크 인사들 중에서 그만큼 북한과 회담을 많이 가졌거나 실무적으로 북한을 많이 경험한 사람은 드물다. 2008년 6월 북한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파 현장에도 미국 대표로 방북했었다.
그는 조지 부시에서 오바마 행정부로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능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계속 요직을 거쳤으며, 특히 백악관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신임이 높다. 6자회담 수석대표 겸 대북특사로 지명됐을 때 상원 인준청문회를 거쳐 ‘대사(ambassador)’급으로 직급이 올랐다. 당시 대사급 발탁도 한국계로서는 처음이었다.
한국말은 물론 주일 미국 대사관 경험도 있어 일본어에도 능통하다. 가족으로는 이화여대를 졸업한 부인과 두 딸이 있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과도 친한 친구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성 김이 미국 이민을 가기 전 서울 성북동에 같이 살면서 친구로 지냈고, 이후에도 교분을 이어왔다. 정 수석은 1993년 김 내정자가 미국에서 결혼할 때 함을 지기도 했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임재범씨와는 사촌지간이다. 성 김의 어머니 임현자씨가 임재범씨의 아버지인 왕년의 인기 아나운서 임택근(79)씨의 누나다.
일각에서는 그의 부친 김재권씨가 1970년대 중반 주일 한국 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일할 때 ‘김대중(DJ) 납치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김대중 납치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은 자서전을 통해 김재권씨가 당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후임 6자회담 특사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보좌관을 지낸 클리퍼드 하트 해군참모총장 외교정책 자문역이 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