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커넥션] 박지원-박태규 알고보니 아는 사이였다

입력 2011-06-05 23:15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부산저축은행의 정치권 로비 창구로 알려진 박태규씨와 직접 안면이 있었던 것으로 5일 알려졌다. 박 전 원내대표는 그간 박씨가 여권 핵심인사들과 밀접한 사이였다며 청와대를 공격하는 소재로 활용해 왔는데, 정작 본인도 박씨와 함께 저녁식사 자리를 가졌던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박씨를 만난 적이 있는 민주당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씨는 과거 김대중 정부 때부터 동교동계 등 구 여권 실세들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해 친분 관계를 형성했다. 박씨는 또 당시 언론사 정치부장급 고참 기자들과도 두루 접촉하며 함께 식사를 하거나 골프를 치는 등 ‘마당발’로 행세했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박씨는 구체적인 직업을 밝히지 않고 ‘젊었을 때 박순천(1898~1983) 여사가 이끌던 민주당에서 사무처 청년부장 일을 했다. 지금은 조그만 건설사 회장을 맡고 있는데, 그냥 심심풀이로 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대충 넘어갔다”면서 “이렇다할 직함도 없는데 당 고위인사들이나 중견 언론인들을 한꺼번에 불러 자리를 만들곤 했다”고 말했다.

당시 박씨가 어울렸던 언론인들 중에 현재 이명박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이동관 청와대 언론특별보좌관(동아일보), 김두우 청와대 기획관리실장(중앙일보),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YTN),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한국일보) 등이다. 그런데 박씨와 이들 언론인 등이 식사자리를 가질 때 박 전 원내대표도 분명히 동석했다고 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원내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 물어보니 내가 박씨와 함께 만난 적이 있다고 하더라”면서 “저녁식사 자리를 마치고 박씨가 계산을 하려고 해서 ‘그러지 말라’고 하며 내가 돈을 냈다는데, 내 기억에는 없다”고 말했다.

당시 박씨는 민주당 인사들을 만날 때 임성주 애경화학 부회장(현 C&그룹 부회장)을 자주 대동했다고 한다. 임 부회장은 1999년 민주당이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을 영입했을 때 장 회장의 최측근으로서 민주당 인사들과의 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목포 출신으로 정·관·재계에 폭 넓은 인맥을 갖고 있는 임 부회장 역시 동교동계 등 민주당 핵심인사들과 상당한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씨가 당내 인사들을 만날 때 임 부회장이 식사비나 골프비용을 자주 지불했다고 한다.

이에 박 전 원내대표는 “나는 임 부회장을 잘 모른다. 한번 만난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깝게 지낸 사이는 아니다”면서 “내 목포 지역사무실에 두 번인가 찾아왔는데 내가 안 만났다”고 박씨 및 임 부회장과 관계가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