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수능’에 미소짓는 논술학원… 모의평가 변별력 상실
입력 2011-06-05 18:24
지난 2일 실시된 모의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가 쉽게 출제되면서 논술학원가가 때 이른 호황을 맞았다. 올 수능 점수는 변별력이 없어 논술이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5일 오후 서울 대치동 논술학원가는 수험생들로 북적였다. 모의 평가가 끝나자 서둘러 논술 준비를 시작하는 고3 학생이 늘었다. 수험생들이 주로 여름방학부터 수시 논술을 시작하던 예년에 비하면 2개월 정도 빠르다. A논술학원 관계자는 “수능으로 원하는 대학을 가긴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여름방학도 시작하기 전에 수강생이 몰리고 있다”며 “지난해 이맘때보다 30% 이상 많은 학생이 논술을 일찍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원 앞에서 만난 이모(18)군은 “수능 점수가 다들 높게 나올 것 같아 논술 스트레스가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올해 초 교육과학기술부는 논술 사교육 시장을 가라앉히기 위해 논술 축소 방침을 밝혔지만 모의 수능이 쉬워 소용이 없게 됐다. 논술학원에 상담을 받으러 온 학부모 김정연(45·여)씨는 “수능이 쉬워 변별력이 없어진다면 결국 수시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며 “논술 비중을 줄인다고 해도 중요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 논술학원 원장은 “보통 상위권 학생은 정시에서 승부를 볼 수 있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며 “정시에 지원할 경우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할 위험성이 커졌기 때문에 수시 준비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입시전문가들은 예년보다 빠른 6∼7월에 논술학원 수험생이 증가하는 현상은 당연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처음부터 수시를 목표로 논술을 준비하려던 학생에 변별력이 없어진 수능 때문에 수시로 눈을 돌린 수험생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 오종운 이사는 “각 대학에서 수시 논술 비율을 축소한다고 했지만 수능이 쉽게 출제되면서 논술 점수는 오히려 중요해졌다”며 “결국 주요 대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에게 논술의 영향력은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