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차가는 국립묘지… 남은 묘역 5만기 불과

입력 2011-06-05 20:54


국립묘지가 부족하다. 국가유공자 중 고령자가 많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가보훈처는 5일 국가유공자, 참전유공자, 민주화유공자, 순직 군경 등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가 51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75세를 넘은 고령자는 27만명으로 전체 안장 대상자의 절반이 넘는다. 2030년까지 국립묘지에 안장될 인원은 38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새로 지을 묘역을 빼면 현재 남아 있는 국립묘지의 묘소는 5만기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가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를 확대하면서 묘지 부족은 심해졌다. 정부는 2006년 국립묘지법을 개정하면서 의로운 일을 하다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의사상자와 순직 공무원 등을 안장 대상에 새롭게 포함시켰다. 국가나 사회를 위해 목숨을 잃은 사람의 국립묘지 안장에는 반대 여론이 없었으나 정부의 묘지 마련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정부는 2008년 2만기 정도를 추가로 안장할 국립이천호국원을 개원했지만 이마저도 지금은 7000여기밖에 남지 않았다.

화장(火葬)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줄어든 것도 묘지 부족의 한 원인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국립묘지에 안장되려면 화장을 해야 하는데, 과거에는 화장 때문에 국립묘지 안장을 원치 않는 가족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최근 사회 분위기가 바뀌면서 국립묘지를 선호하는 분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님비현상’도 문제로 지목된다. 보훈처는 2004년 경남 산청에 산청호국원을 착공하려 했으나 지역주민이 혐오시설이라고 반대해 공사가 연기됐다. 산청호국원은 결국 올해 말 착공하기로 합의됐다.

정부는 국립묘지 묘역 확대를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보훈처는 2013년까지 대전, 경북 영천, 전북 임실, 경기도 이천에 8만6000기를 확충할 계획이다. 올해 말 첫삽을 뜨는 산청호국원은 5만기 규모다. 정부는 새로운 국립묘지를 짓기 위해 대전·충청 지역과 제주도에 부지를 알아보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대로 국립묘지를 최대한 확충해도 2019년엔 묘지가 모자라게 된다. 2020∼2030년 사이 안장될 것으로 추정되는 17만여명에 대한 대책은 아직 없다.

보훈처 관계자는 “신규 국립묘지 조성이 시급하지만 예산의 한계로 진척시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국립현충원, 호국원, 민주묘지 등 전국 국립묘지에 안장된 인원은 16만4000여명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