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살레 대통령, 예멘 떠났다… 얼굴·가슴 치료위해 사우디 출국

입력 2011-06-06 00:49

33년째 장기집권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이 부상을 입고 나라를 떠났다. 지난 3일(현지시간) 반정부 세력의 공격에 다친 그는 5일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살레가 귀국할 가능성은 낮아 정권 교체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출국 소식에 시민 환호=예멘 반정부 시위대는 살레의 출국을 정권 종식으로 받아들였다. 시민들은 5일 거리로 몰려나와 예멘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들은 “예멘은 오늘 새로 태어났다”고 외쳤다.

앞서 4일 오후 사우디 왕실은 “예멘 대통령이 부상 치료를 위해 사우디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살레는 3일 반정부 세력의 로켓포 공격으로 꽤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 같다. 길이 7.6㎝ 파편이 심장 아래 부분을 뚫고 폐에 구멍을 냈다고 영국 BBC방송이 그의 측근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얼굴과 목 부분에 성형수술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는 현지 취재원의 말을 전했다.

◇“살레 귀국 가능성 낮다”=중동 전문가들은 살레가 예멘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으로 봤다. 내전과 경제난 등 정국이 혼란스런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떠났기 때문이다. 예멘 야권은 어떻게든 그의 귀국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예멘 전문가인 크로스토퍼 부섹은 “살레의 출국은 그의 통치가 끝났다는 것을 뜻한다. 돌아와 대통령직을 지키긴 힘들다”고 AP에 말했다.

살레가 작정하고 사실상 망명을 했다는 해석도 있다. 사우디행 비행기에는 가족과 측근 등 35명이 동승했다. 그러나 사우디 관계자는 “살레의 방문은 치료 목적이지 정치적인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누가 정권 잇나=예멘은 당분간 부통령인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가 통치권을 행사한다. 그는 4일 미 백악관 대테러 담당 존 브레넌 보좌관과 전화 통화한 데 이어 5일 주 예멘 미국 대사를 만났다.

예멘의 갈등 구도는 예멘 최대 세력인 하시드 부족의 가문 간 대결로 재편될 것이라고 AP가 진단했다. 하시드 부족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아흐마르 일가와 정부군을 장악하고 있는 살레 가문의 싸움이다. 아흐마르 측은 비폭력 원칙을 지켜오다 지난주 살레 측 정부군에 의해 본거지가 습격당하자 3일 ‘분노의 반격’에 나섰다. 아흐마르 일가에서는 알리 모흐센 알아흐마르 소장이, 살레 가문에서는 살레 대통령의 아들 아흐메드 공화국수비대 사령관이 핵심 인물이다. 한편 독일과 네덜란드는 치안 악화를 이유로 주예멘 대사관을 폐쇄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