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15만명 참석 촛불집회… 베이징은 공안 감시로 ‘조용’

입력 2011-06-05 18:10

중국 천안문(天安門) 민주화운동 22주년을 맞은 4일(현지시간) 중국 본토와 홍콩의 모습은 극과 극이었다. 홍콩에서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지만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본토는 당국의 통제로 조용한 하루를 보냈다.

홍콩섬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 약 15만명(경찰 추산 7만7000여명)이 참석했다고 행사 주최 측인 ‘중국의 애국주의적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홍콩 연대’가 밝혔다고 홍콩 언론들이 보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천안문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중국 정부에 이들의 복권과 민주화운동의 재평가를 요구했다. 참가자 약 200명은 5일 새벽 촛불집회 후 다른 장소로 옮겨 시위를 계속하려다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이 가운데 53명이 체포됐으나 5일 정오까지 모두 풀려났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반면 베이징 번화가인 왕푸징 거리는 공안이 대거 배치돼 혹시 있을지 모르는 집회를 사전에 차단하는 모습이었다고 미 CNN방송이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해외 언론인에게도 집회 예상 장소에 모습을 나타내면 구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천안문 광장 주변도 철통같이 감시해 반체제 인사나 희생자 가족이 집회를 열지 못하게 했다.

공안 당국은 수개월 전부터 반정부 집회 차단 노력을 해왔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전했다.

천안문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가 13년간 감옥 생활을 한 천쯔밍(陳子明)은 10일까지 외출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비서였던 바오퉁과 인권변호사 푸즈창(浦志强)도 당국의 지시에 따라 베이징을 떠났다. ‘천안문 어머니회’ 회장인 딩쯔린(丁子霖)은 외부와 한동안 연락이 차단됐다. 인터넷에 대한 공안 당국의 통제도 강화됐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은 4일 성명을 내고 “중국 정부가 천안문 민주화운동의 희생·실종·구금자와 관련한 충분하고 공식적인 통계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외교부는 즉각 반박 성명을 내고 “중·미 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미국 정부에 정치적 편견을 버리고 잘못된 관행을 정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