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김명호] 총성없는 인터넷 전쟁

입력 2011-06-05 18:10

총성 없는 인터넷 전쟁이 진행 중이다.

지난주 불거진 구글과 야후의 이메일 해킹 사태는 단적인 예다. 상황은 드러난 것보다 심각하다. 해커가 집중적으로 노린 대상은 백악관 관리들이다. 피해 내용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도 이번 사태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시했다고 한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 “해커들이 집중적으로 노린 곳은 백악관”이라고 말했다. 해킹의 진원지가 중국이라는 점도 부인하지 않았다.

백악관 관리 대상의 해킹은 주로 개인 메일이었다. 문제는 직원이 많은 공적인 업무를 개인 메일을 통해서도 주고받는다는 점이다. 정부의 사이버 보안 지침은 공무의 경우 관용 메일을 사용하라는 것이지만 편의성 때문에 개인 메일을 자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 메일 이용은 위키리크스 사태 이후 오히려 늘었다는 지적도 있다. 국무부의 외교 전문 케이블은 국방부나 다른 기관에까지도 전파됨으로써 결과적으로 몽땅 외부로 누출됐다. 외교 전문 케이블 의 경우 보내는 사람이 인위적으로 수신인을 제한하지 않으면 관련 실무진이 모두 볼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수신인을 제한할 수 있는 개인 메일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었고, 해커들은 이런 상황을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백악관 관리 등의 개인 이메일 사용은 감찰기관의 조사, 정보공개법(FIA)에 따른 외부 공개, 일정 기간 보존 등을 피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일부 공직자들은 보안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스마트폰을 사용해 공적 업무를 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연방수사국(FBI)이 나선 해킹 수사는 중국에 초점을 맞춰 이뤄지고 있다. 백악관이 주요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미 언론들은 인터넷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관리들은 보안성이 약해 인터넷 전쟁에서 ‘무장해제’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중국 측은 이번 해킹 사태와 무관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나아가 중국 군사과학원의 일부 연구원들은 아랍국가 체제 변혁을 조장하려는 미국의 컴퓨터 공격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전쟁의 전초전에서 국가와 군은 맞서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고까지 얘기한다. 인터넷 전쟁은 이미 기정사실인 셈이다.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