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약 처방 ‘고질’… 고강도 대책 세워야
입력 2011-06-05 18:39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압박하는 고가약(성분별 최고가 약품) 처방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비싼 약을 쓰는 의사에게 경제적·행정적 불이익을 주는 등 보다 강제적인 고가약 처방 억제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고가약 처방률은 22.20%였다. 조사가 본격화된 4년 전 22.28%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대학병원 같은 상급종합병원의 고가약 처방률은 57.15%에서 68.04%로 상승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젊은 의사들이 고가약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상급종합병원에서 수련 기간 중 보고 배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가약은 대부분 오리지널약이다. 미국의 오리지널약 처방률이 12%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 의사의 고가약 처방률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고가약 처방이 줄지 않는 데는 약사 책임도 있다. 약사법 상 약사는 의사가 처방한 약 대신 효능이 같은 저렴한 약을 내줄 수 있다. 그러나 의사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진다며 이행하지 않고 있다.
고가약을 대체할 수 있는 저가약은 많다. 오리지널약과 효능이 같다고 인정된 복제약이다. 단순포진(물집이 잡히는 피부염) 치료제로 쓰이는 아시클로버 50㎎ 제품의 경우 31개가 있다. 최고가는 2399원으로 최저가 180원의 13.3배에 달한다.
그러나 의사들은 복제약의 효능을 믿을 수 없어 고가약을 쓴다고 주장한다. 2006년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복제약이 오리지널약과 효능이 같음을 증명하는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의 조작 사례를 적발했다.
이에 대해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복제약 효능 검증 시스템을 전부 무시한 것”이라며 “고가약 사용은 처방권을 가진 의사에 대한 제약업체의 마케팅 결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사에게 저가약 처방을 강제할 수 없다. 비싼 약을 썼다고 처방이 잘못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저가약이 있다는 것을 아는 환자가 많아지면 의사가 비싼 약을 내주기 부담스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재 심평원은 동일 효능의 약가를 즉석에서 비교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이다.
하지만 의사가 저가약을 쓰도록 유도하기보다 강제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 해 건강보험에서 지급되는 약제비 총액 규제, 고가약 처방이 많은 의사 명단 공개 및 약제비 환수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