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논란 대학가, 이번엔 취업률 낮은 비인기학과 폐지로 시끌
입력 2011-06-05 18:01
대전 배재대와 부산 동아대, 경인여대, 대구 계명대, 충북 청주대 등 일부 대학들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학과를 폐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각 대학에 따르면 배재대는 2004년 전국 최초로 옻칠을 이용해 조형예술을 추구하는 칠예과를 설립했으나 신입생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설립 7년만에 폐과했다. 이 대학은 지난 1일 1부 9개 단과대학을 5개 단과대학으로 축소하고, 아펜젤러국제학부와 칠예과, 공연영상학부 연극영화학 전공 등 3개 학과를 없애는 학제개편을 단행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대학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일부 학과 폐지를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경쟁력 없는 학과로 판단될 경우 통·폐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아대는 지난해 11월 무용학과를 폐지하는 내용의 2012학년도 정원 조정안을 마련했으나 지난달 26일에서야 학과에 이 같은 내용을 통보, 학생들이 7일째 총장실 앞 복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무용과 한 학생은 “이미 학과 폐지를 결정해 놓고도 2011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하다니 어이가 없다”며 “대부분 여학생과 여교수들로 구성된 학과이다 보니 폐지에 따른 논의를 할 때 오히려 대학 측이 고압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개했다.
경인여대는 정보미디어과와 비서행정과 야간을 폐지하는 대신 호텔경영학과를 신설했다. 또 대구 계명대는 미술대학 서예과를 폐지했고, 2008년 철학과를 없앤 청주대는 올해 인문대학 어문학부의 독어독문학·불어불문학·러시아어문학 전공 학과를 폐지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이 취업률을 과장·허위로 홍보하다 적발될 경우 학생 모집 정지 등 불이익을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교육관련 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법률’을 지난달 말 공포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학들이 경쟁력 제고를 위해 취업률이 낮거나 인기 없는 학과를 폐지하는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청주대 관계자는 “대학들이 취업률이 떨어진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순수학문을 외면하고, 학교 입맛에 따라 구조조정을 일삼는 현실이 씁쓸하다”며 “학생·교수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구조조정 횡포는 중단돼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정원을 늘리기 위해 학과를 신설하는 대학도 나타나고 있다. 인천대는 생명과학대학 신설을 위해 2012학년도 수시 2차 모집시부터 생명과학부 30여명의 정원을 확보하기 위한 설립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워낙 민감한 사안이어서 이를 구체화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종합=이종구 기자 jg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