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도박 기승] 접속 90분 만에 2.8배 땄어도 결국은 ‘꽝’
입력 2011-06-05 18:02
불법 도박, 실제로 해보니
스포츠 사행산업의 증가와 함께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도 매년 커지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한국마사회가 지난해 적발한 불법 인터넷 스포츠 도박(경륜 경정 스포츠토토 경마) 사이트는 8902개로 2007년 328개보다 27배 증가했다. 공단은 이들 경륜 경정 불법 사이트의 연간 매출 규모를 7800억원 이상으로, 한국마사회는 온·오프라인 사설경마장 매출 규모를 최대 30조5357억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용자 수는 파악할 수조차 없다.
본보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위험성을 파악하기 위해 직접 도박 사이트에 접속했다. 지난 3일 오후 접속한 한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서는 경마 경륜 경정에 모두 베팅할 수 있었다. 서울뿐 아니라 제주 부산 등 전국 경주장에서 열리는 모든 게임이 제공됐다.
회원가입을 하고 사이트에 안내된 개인계좌(사업주 계좌 추정)로 10만원을 송금한 뒤 ‘입금 확인’ 을 클릭했더니 1분도 지나지 않아 10만원의 사이버머니가 생성됐다.
첫 게임은 아무 정보 없이 좋아하는 숫자로 말 두필을 골라 베팅하고 게임을 관전했다. 중계창은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됐으며 십여 마리의 경주마가 실제 경주 결과를 반영해 뛰었다. 결과는 ‘꽝’. 5분 만에 3만원이 사라졌다. 돈을 걸고 경주를 지켜보니 처음 보는 경마인데도 손에 땀이 났다. 두 번째 게임까지는 20분의 여유가 있었다. 급히 인터넷을 검색해 게임 종류와 베팅 규칙, 배당판 읽는 법 등을 공부하고 다시 2만원을 베팅했다. 승률이 제일 높은 말과 배당률이 가장 높은 말을 골랐다.
경기가 시작되자 다른 것은 보이지 않고 경주마의 등번호만 눈에 들어왔다. 승률이 가장 높았던 말이 3위 안에 들어왔지만 2만원은 다시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계속 돈을 잃고 있었지만 게임을 조금씩 알아간다고 생각하니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세 번째 게임은 승률이 높은 2필을 골라 2만원을 베팅했다. 경기는 중반까지 오리무중이었다. 긴장이 극에 달했다. 베팅한 말들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와 1, 2위를 차지했다. 경기가 종료되자 25만2000원의 배당금이 떨어졌다. 사이트에 접속한 지 90분 만에 처음 가지고 있던 돈이 2.8배로 불었다.
마지막 베팅은 게임으로 얻은 돈 전부를 걸었다. 데이터에 따르면 실패하지 않으리란 확신이 생겼다. 승률이 높은 경주마 2필을 선택한 뒤 느긋하게 경기 시작을 기다렸다. 하지만 승률이 가장 높았던 말들은 최하위권으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도박으로 벌었다고 생각했던 돈을 모두 잃었다.
최승욱 유동근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