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도박 기승] 짜릿한 ‘한 방’의 유혹… 스릴·흥분이 중독 부채질
입력 2011-06-05 18:02
갈수록 커지는 시장규모… 왜?
경마 경륜 경정 스포츠토토 등 스포츠 사행산업의 매출 규모가 최근 몇 년간 크게 증가했다. 동시에 불법으로 운영되는 스포츠 도박 규모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전문가들은 스포츠와 도박의 유사성, 도박자의 선수와의 동일시 등을 배경으로 분석했다.
5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에 따르면 2004년 7조7497억원이었던 스포츠 사행산업 매출액 규모는 지난해 12조5425억원으로 4조7928억원 증가했다. 종목별로는 경마가 5조3303억원에서 7조5765억원으로, 경륜은 1조9427억원에서 2조4421억원으로 늘어났다.
경정과 스포츠토토는 훨씬 큰 비율로 늘어나 경정은 3378억원에서 6508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스포츠토토는 1389억원에서 1조8731억원으로 13.5배 증가했다.
스포츠 사행산업은 한국마사회법과 경륜·경정법, 국민체육진흥법 등 관계법에 근거해 국가가 운영·관리하고 수익금을 공익 목적에 사용한다. 이 점에서 개인이 돈을 벌려고 하는 불법 스포츠 도박과 다르다. 하지만 사감위 관계자는 “스포츠 사행산업과 스포츠 도박은 운영주체와 사용처가 다를 뿐 큰 틀에서는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포츠 도박이 증가하는 이유로 스포츠 특유의 박진감이 도박에서 느끼는 흥분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축구에서 한 점을 넣고 또 만회할 때 느껴지는 박진감이 마치 터질 듯 말 듯한 잭폿을 기다리는 도박 심리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김교현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스포츠 특유의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돈까지 걸면 몰입도가 한층 높아진다”고 말했다.
바카라, 훌라 등 카지노 도박과 달리 스포츠 도박은 도박자가 스스로를 팀의 일원으로 생각하게 돼 더 몰입하게 된다는 분석도 있다. 안상일 사감위 중독예방치유센터 전문상담원은 “돈을 걸고 게임을 보면 마치 감독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며 “자신이 돈을 건 팀 경기를 보면서 분석하고 지시하게 되고, 이 같은 분석·지시가 돈으로 보상되면 스포츠 도박에 점점 더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일전의 경우 응원자가 마치 우리나라 선수가 된 것처럼 경기에 집중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도박자가 스포츠 경기에 돈을 걸면 자신이 팀의 일원이 돼 경기에 참여하는 것과 같은 깊은 몰입과 중독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노력으로 게임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착각이 스포츠 도박 중독의 원인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인혜 강원대 심리학과 교수는 “스포츠처럼 운과 기술이 결합되면 중독성이 더 강해진다”며 “스포츠도박은 선수나 경주마 등 게임에 관여되는 변수를 알면 알수록 승률이 높아진다는 과신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게임 결과는 기본적으로 예측 불가능하지만 스스로 게임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 더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최승욱 유동근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