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폭로는 ‘한국 6자 주도권’ 깨기위한 전술”

입력 2011-06-05 17:56

정부는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비밀접촉을 폭로한 배경과 관련, 6자회담 재개 주도권을 우리가 쥐고 있는 현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전술적 고려가 가장 컸던 것으로 잠정 결론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5일 “북한의 이번 폭로는 (궁지에) 몰려 있는 자신의 입지를 의식해 강수를 둬 현 국면을 타개하려는 목적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우리 군부대의 김일성과 김정일·정은 부자 표적지 사용 등 나머지 것들은 지엽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다른 측면에서는 집권 4년차 정부 등 국내 현실을 감안해 남남갈등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북·중 정상회담 3일 만에 남북 비밀접촉을 폭로하면서 중국에 대한 불만이 폭로의 주 원인이라는 일각의 관측에 우리 정부가 동의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주도하고 있는 ‘남북비핵화회담→북미대화→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3단계 6자회담 재개 시나리오에 중국마저 동조하자, 6자회담 당사국 사이에 5대 1의 구도를 깨기 위해 전형적인 북한식 ‘도발’을 감행한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 북한은 이런 구도를 타개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 왔다. 지난달 24∼28일 평양을 방문한 미국 국무부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에게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재 방북을 권유한 것도 남북대화를 건너뛰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행보가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거둘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북에 결코 유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일한 우방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고위 당국자는 “이번 폭로는 북한이 (중국을 고려하지 않은) 자해적 성격이 강하다”고 평했다. 정부는 이런 상황 판단 하에 북한이 남북비핵화회담 제의에 응해올 경우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로 했다. 이 고위 당국자는 “우리가 노선을 바꾸면 북한의 의도대로 해 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