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쉽게 바스라지는 희귀병 “이 모두 주님이 주신 축복”… ‘당신이 축복입니다’ 펴낸 美 숀 스티븐슨

입력 2011-06-05 17:48


“키 90㎝. 몸무게 20㎏은 제 자신을 설명하는 2%일 뿐입니다. 나의 98%는 축복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스타 연설가인 숀 스티븐슨(32)은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축복받은 남자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그의 인생이 축복으로 가득했던 것은 아니다. 가장 축복받아야 할 탄생의 순간, 24시간 안에 죽는 편이 차라리 낫다는 치명적인 선고를 받았다. 뼈가 달걀껍질처럼 쉽게 부서지는 희귀병인 ‘골성형부전증’을 안고 태어난 것이다.

숀의 삶은 마치 전쟁터 같았다. 남들에게는 일상이거나 마음먹고 조금만 노력하면 되는 일이 그에게는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일이 됐다. 아홉 살 되던 할로윈 데이, 또다시 뼈가 부러진 숀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엄마, 왜 하필 저예요?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지요? 정말 화가 나 미치겠어요!”

병원으로 옮겨져 몸과 마음의 통증에 울부짖던 어린 숀을 침착하게 다독여주던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숀, 이번 일은 정말 큰 시련일까. 아니면 하나님의 축복의 선물일까?”

순간 ‘선물’이란 단어가 그의 마음속 무거운 짐을 밖으로 꺼냈다. ‘내가 이런 고통을 느끼는 것은 나로 하여금 나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라는 하나님의 뜻은 아닐까?’ 그는 불행의 종신형을 선고하는 대신 스스로를 연민의 굴레에서 구출해냈다. 그리고 자신처럼 험난한 자갈길 같은 삶을 걷는 사람들을 돕는 데 평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그 후 그는 200번 넘게 뼈가 부러지는 고통을 겪고 평생 휠체어에 의지했지만 헬스, 수영은 물론 자동차 경주, 심지어 윈드서핑까지 하고 싶은 것은 꼭 시도했다. 시카고 디폴대학을 졸업한 후 강연요청이 쇄도했다. 그는 전문 강사로, 심리치료소를 운영하는 심리학자로 활동하며 우리가 얼마나 축복받은 존재인지를 전하고 있다.

최근 출간된 ‘당신이 축복입니다’(쌤앤파커스)에서 그는 “당신은 이미 단 하나의 명작임을 기억하라”고 전하며 우리의 존재가 큰 축복임을 깨닫게 한다. “오늘이 힘들어도 축복입니다. 아직 끝이 아니기에 축복입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기에 축복입니다. 살아 있는 모든 날들이 축복입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당신의 존재, 그 자체가 축복입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