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현대미술 역동적 역사가 한눈에… 덕수궁미술관 ‘이것이 미국 미술이다’ 展

입력 2011-06-05 21:42


미국 휘트니미술관은 현대미술관(MoMA),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과 함께 뉴욕의 4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MoMA 등 다른 미술관들이 국제미술을 소개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면 휘트니미술관은 미국 미술과 작가를 지원하기 위해 건립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가장 미국적인 미술을 볼 수 있는 미술관으로 평가받는다.

휘트니 소장품을 아시아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이것이 미국 미술이다’ 전이 오는 11일부터 9월 25일까지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다. 휘트니 소장품 1만8000여점 가운데 전위 사진의 선구자 만 레이부터 현존 작가 중 작품 값이 가장 비싼 제프 쿤스에 이르기까지 47명 작가의 대표작 87점이 소개된다. ‘오브제(새로운 느낌을 일으키는 상징적 기능의 물체를 일컫는 미술 용어)’를 키워드로 삼아 20세기 이후 미국 현대 미술의 역사를 3부로 나눠 살펴본다.

1부 ‘아메리칸 아이콘과 소비문화’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브제를 통해 자본주의 소비문화를 대표하는 미국 사회의 단면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들로 구성된다. 코카콜라와 말보로 등 미국을 상징하는 상표나 패스트푸드, 대중문화 스타, 만화 등 아이콘을 소재로 한 작품들로 꾸며진다.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톰 웨셀만, 제프 쿤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2부 ‘오브제와 정체성’에서는 대량소비 및 대중문화라는 담론에서 벗어나 개인사적인 영역에서 의미를 투영하거나 정체성의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전시된다. 추상표현주의를 탈피해 현실의 일상용품을 다룬 재스퍼 존스와 로버트 라우센버그, 팝아트 작가로는 보기 드문 여성작가 마리솔, 멕시코 출신 이민자의 시선으로 거대 미국의 이미지를 지도로 표현한 엔리케 차고야의 작품이 출품된다.

3부 ‘오브제와 인식’에서는 초현실적 환영을 자극하거나 시공간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작품들이 선보인다. 서울 청계천 입구의 다슬기 모양 상징물로 잘 알려진 클래스 올덴버그와 사진작가 겸 화가 만 레이의 초현실적 상상을 자극하는 작품, 사진처럼 그려내는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각적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실비아 플리맥 맨골드의 작품이 소개된다.

특별 코너로 존 슬론, 에드워드 호퍼, 조지아 오키프 등 20세기 초반 작품으로 꾸민 ‘미국 미술의 시작’도 마련된다. 1993년 휘트니비엔날레 서울전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휘트니의 성격과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이른바 ‘교과서에 나오는 명화’가 없는 데다 전시 초점을 오브제에 맞추다 보니 미국 미술이 세계 미술을 주도하게 된 계기가 됐던 추상표현주의 작품이 빠져 아쉽다.

◇휘트니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철도왕 밴더빌트의 손녀이자 조각가인 휘트니(1875∼1942)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컬렉션 기증을 제의했다가 거절당한 뒤 1931년 미국 뉴욕 매디슨가에 직접 설립했다. 66년 지금의 피라미드를 거꾸로 세운 모양의 새 미술관을 지어 이전했다. 미술관 이름대로 미국 작가의 작품에 한해 컬렉션을 한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