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비밥’, ‘난타 아류’ 편견 극복할까

입력 2011-06-05 17:14


1993년에 초연, 연 60만∼70만의 외국인 관객을 끌어들이는 ‘난타’의 뒤를 잇겠다는 야심으로 시장에 나온 작품은 많았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 중 어느 작품도 이 작품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여주진 못했다.

‘비밥’ 역시 넌버벌 퍼포먼스 시장의 중요한 고객층인 외국인까지 아우르겠다는 포부를 안고 지난달 27일부터 공연에 들어갔다. 지난달 31일 서울 정동 세실극장에서는 언론을 대상으로 한 전막 프레스콜과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 분위기는 냉랭했다. “‘난타’, ‘점프’의 아류가 아니냐”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공연했던 버전이 더 나은 것 같다” “공연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안 든다”는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연출을 맡은 최철기 감독은 쏟아지는 날카로운 질문들에 부드럽게 답변하려 애썼다. 그는 ‘난타’와 ‘점프’에도 참여한 적 있는 넌버벌 퍼포먼스의 베테랑이다.

이처럼 ‘비밥’은 공개되기도 전부터 ‘먼저 나온 다른 넌버벌 퍼포먼스 작품들의 아류작이 아닌가’ 하는 우려에 시달렸던 프로젝트다. 요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설정부터가 ‘난타’를 연상시켰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류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긴 해도 뛰어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전의 넌버벌 퍼포먼스 흥행작들을 잊고 관람한다면, 가족이나 친구끼리 즐기기에 나쁘지 않은 작품. 레스토랑의 쉐프들이 차례로 일본의 초밥과 이탈리아의 피자, 한국의 비빔밥 주문을 받은 후 음식을 만든다는 게 기본적인 줄거리다. 자연스럽게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는 솜씨도 매끄럽다.

곳곳에서 터지는 슬랩스틱 코미디와 유머는 80분의 러닝타임을 금방 잊게 해준다. 출연진의 화려한 댄스도 놓칠 수 없는 눈요깃거리. 시각적·청각적 자극에 비해 스토리가 빈약하긴 해도 넌버벌임을 감안하면 눈감아줄 만하다.

CJ E&M 제작. 티켓 가격은 4만∼5만원선이다.

양진영 기자